문 대통령이 직접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모더나가 잇단 공급 차질을 빚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화이자는 순조롭게 도입되고 있다. 화이자 도입에는 삼성 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정부 안팎에서 정설처럼 나도는 얘기다. 화이자 계약과 공급은 정상적인데 왜 유독 문 대통령이 개입한 모더나는 저 모양이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10월까지 70만명에 대해 2차 접종을 맞힐 수 있다”고 큰소리 쳤다. 문 대통령도 “한국을 백신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처한 우리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일각에선 청와대와 방역 당국이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 백신 공급 대책에서도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선진국에선 델타 변이에 대처하기 위해 3차 접종인 부스터샷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등에서 ‘외국 백신 제약사들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국내 자체 백신 개발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하는 백신이 임상 3상에 들어간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은 임상2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3상은 비교임상으로 진행된다. 비교임상은 외국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간이 임상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용인받는 백신 개발이 되겠느냐는 우려가 적잖다. 작년 하반기 정부의 백신 도입이 늦어진 것은 국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과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치료제를 연내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자 청와대가 이것만 믿고 백신 도입 계약을 미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또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