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전파를 탄 주진우씨의 발언이다. 대법원이날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주씨는 이날 방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보한 김종백씨와 전화 인터뷰를 연결했다. 인터뷰 막바지에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때부터 MB는 저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BBK 수사를 지켜보면서 검사를 부리는 각하의 기술 참 신기하다, 놀랍다 생각했습니다”라면서 “언론을 다루는 기술은 세종대왕급이었어요. MBC·KBS 바로 땡박뉴스로 만들고 종편3사 만들어 특혜를 마구 퍼주면서 언론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놉니다. 내가 청춘을 이 사람에게 바쳐야 되겠구나.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하는 저의 목자셨어요”라고 했다. 자신이 진행하는 공영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며 대놓고 조롱한 것이다.

이런 발언들이 그대로 방송되면서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KBS 공영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며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주진우의 편지는 조롱과 빈정거림, 자신의 견해는 무조건 옳다는 오만과 편견, 상대방의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들은 그들을 단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사람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오만과 독선의 함정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 KBS가 그런 자들의 도구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이명박에게 바치는 주진우의 편지를 그의 팬들이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방송한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따위 분풀이식 모욕과 저질 빈정거림의 배설이 자칭 공영방송 KBS의 전파를 타고, 그것도 공영방송이 위촉한 고정 진행자 자신의 입으로 방송된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했다. 방송 진행자 개인의 의견과 소회가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고 나간 점을 비판한 것이다.

노조는 “공영방송이 마땅히 견지해야 할 품위, 절제의 미덕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고, 사실상 정권을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 자기 멋대로의 편견과 조롱을 이렇게 마음껏 발산하는데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했다. 제정신인가”라면서 “주진우의 배설은 이 사회를 찢어놓고 있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상처를 더욱더 크게 벌릴 뿐”이라고 했다.

또 “주진우를 앞세우는 KBS가 권력의 주구(走狗·사냥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주진우와 같은 황색 저널리즘을 용인하는 한 KBS의 시사-보도는 영원히 <주구저널리즘>의 낙인을 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따위 식으로 정권의 충견 노릇을 자처하면서 수신료 현실화를 논하는 것 역시 허황된 망상이라는 것 역시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