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최대 변수였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물밑 협상이 계속 겉돌면서 난항을 겪었다. 윤 후보 쪽은 두 당사자가 결말 짓는 일만 남았다는데 안 후보 쪽은 진정성 있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안 측 관계자는 “둘이서 폭탄주 러브샷하고 잘해보자고 하면 된다고 믿는 모양인데, 검찰에서 하던 회식 정치로 안철수는 설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성사된 자리에서 안철수는 “어떻게 신뢰를 보여줄 것인가”라고 물었고 윤석열은 “종이 쪼가리가 무슨 소용이냐. 그냥 나를 믿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문답이다.

대통령은 천차만별 인간 군상이 뒤섞인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한다. 불법 심판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동일체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 통솔력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야당 사람들은 어떻게든 윤 정부를 흠집 내야 자신들의 활로가 열린다는 제로섬 게임을 믿는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하고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고 해서 갑자기 머릿속이 협치 모델로 갈아 끼워지는 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최우선 순위인 당내 주자들의 계산법도 대통령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란 법이 없다.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옷을 벗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렸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살아온 대로 속내를 터놓고 진심으로 대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윤석열식 리더십은 통 크고 시원하다. 기존 정치권의 작동 방식보다 국민을 감동시킬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정치는 때로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입장 차를 놔둔 채 불편한 대로 공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현실을 인정 않고 모든 걸 내 방식대로 풀겠다고 고집하면 뒤탈이 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