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0, 2020

"어수웅"의 [태평로] 이찬원과 송가인이 달래준 '코로나 블루', 불효자의 마음을 또울게 했었다.


이번 미스터 트롯을 주최한 조선일보의 "어수웅 주말뉴스부장"의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고, 70대 후반을 살아가는, 황혼의 인생삶을 할수만 있다면, 짜릿하고 흥미있게 그리고 탐험하는 기분으로 매년 한두번씩은 장거리 여행을 떠나, 다른세상의 다른사람들의 삶속에서 같이 부디끼며, 매일 매일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시간을 보낼려고 하는 사람이다.
내가 이프로그람을 보면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가수가 있었다. "관람객들이 '동굴속의 저음'이라고 애칭을 부쳐 주었던, 유지광(?)군이다"  아마도 그친구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생각했던 노래보다는 자기가 선택한 노래가 더 좋아서 였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면서 "네가 옳았다" 아니다 "내가 옳았다"라고 단언 하기는, 또 해서도 안되는 노래의 색갈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내가 만약에 그친구였었다면.... 아마도 남진씨와 같은 동년배였었거나 조금 선배였었던 "안다성" 당대의 제일이었던 가수가 불러 대힛트를 한, "바닷가에서"를 선택했었을 것이다라는 아쉬움이 많이 나를 안타깝게 했었다.그랬었다면 최후의 7인에 선택되지 않았을까? 

판넬의 한사람 가수였었던, "진성"씨의 노래, "배꺼질라"를 들을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얼굴을 적셨었다. 다행이었던것은, 내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내분신의 반쪽만이 있었는데, 그것 자체만도 좀 검연쩍어, 안그런척 하느라 잠시 딴전을 피우기도 했었지만 들키고 말았었다. "당신도 늙긴 늙었구려"하는 반쪽의 음성이 들렸는데, 나를 쳐다보지도않고, TV을 응시하면서 지나가는투의 말을 던졌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부쳤다. "생전 눈물이라고는 보일것같지 않았던 당신었었는데...."
60대후반 이후를 살아가는, 아니면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우리 동족들은, 6/25 동란후의 참담한, Ash만 남아있던 그시절,페허속에서 하루 세끼를 먹는다는것이 최상의 꿈으로 여겼었던,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절대로  마음속 밑바닥으로 부터 이해가 될수없는, 그시대에 고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렸던것 고추처럼, 많은 어린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부모님, 특히 "어머님"이라는 단어만 읊조려도 한에 서린, 불효자라는 응어리가 가슴을 꽉 눌러,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철이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스스로 경제적 여유를 느낄수 있었을때, 어머님은 이미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되시여, 어쩌다 시골장날에 나들이 가서, 당시로서는 대중식당에서 먹을수 있는 대명사, '짜장면'을 드실때도, 많이 자시지도 못하고,  "얘야 헛돈 쓰지말고 저축해서 집도 사고 장가도 가야제..." 그말씀에 또한번 불효자는 울어야만 했었던, 기억을 선명히 또올리게 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었다.
이번 조선일보사에서 기획한 "미스터트롯" Contest는 많은것을 되돌아보게 했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당시 어머님 시대와 비교해보면, 나는 나이가 훨씬 더 많고, 또 훨씬더 물질적으로는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항상 뭔가 아쉬움이 더 가슴을 파고드는 이유를 이번  "미스터트롯"을 보면서 조금은 다르게 느꼈다.  요즘의 젊은이들의 생각은 우리가 어렸을때 느꼈었던 그정감은 하나도 볼수없다는 점이다. 부모세대가 혹독히 겪었던 가난의 어려움과 서러움을 그들은 못느낀다(?). 이렇게 물질적으로 풍부함은 당연히 그들의 삶과 함께 걸어가는 기본 요건쯤으로 생각하는것 같아, 모든게 좀 부족하고 어려울때 서로 위안하고 서로 나누는 삶의 정을,이들이 느끼기에는 사회적 풍조가 너무도 많이 가로 막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마음한구석에는 항상 구멍이 뚫린것 같은 허전함이다. 미스터 트롯을 그래서 둘만이 볼수 있었다는점이, 허약해진 내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지 않을수 있었다는 약간의 위안(?)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최종 7인의 결승전 시청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한번 옛생각에 젖어볼 생각이다.



진도빼기·진또배기 언어유희에 팬카페는 0010~6070 세대 아울러
트로트로 경험한 우정·사랑·연대… 코로나로 얼어붙은 마음 녹여




 
'코로나 우울증'은 예외 없었다. 분투 중인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자영업자에게는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아들 둘의 개학 연기와 삼시 세끼 집밥이 부른 모자(母子)의 불화는 거의 참사 수준. 특히 휴교 연장에 환호하며 기상 시간을 정오(正午)로 미룬 장남을 보다 못한 아내는 폭발했다. "학교가 쉬니까 집에서라도 진도빼기를 좀 해야 하잖아!" 이후의 얼음 같은 정적을 깨뜨린 건 초등생 막내의 흥겨운 한가락이었다. "진도빼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트로트는 한(恨)의 노래라는 편견이 있었다. 아니었다. 트로트는 흥(興)의 노래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은 '진또배기'를 부른 이찬원의 팬이 됐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유의 눈웃음으로 한 집안의 가정불화를 한 방에 보내버린 24세 청년. 내친김에 그의 팬카페를 들어갔다. 아이돌 팬카페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0010방부터 2030·4050방에 이어 6070방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있었다. 자신의 카톡 프로필을 이찬원 얼굴로 장식했다고 고백하는 0010 소녀, 내 아들만큼 잘되기를 바라보기는 처음이라는 4050 엄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하고 있지만 '찬원'님의 미소가 있어 외롭지 않다는 6070 장년…. 한 팬은 "언니·동생님들 저 이렇게 많이 웃어도 될까요"라고 썼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이는 위로가 거기 있었다.



내친김에 두 번째 편견도 고백한다. 소위 '팬픽'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이 조어가 낯선 중·장년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Fan Fiction'의 합성어다. 청소년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혹은 스포츠 스타를 주인공 삼아 쓴 로맨스나 판타지 등의 2차 창작물. 하지만 각각의 팬에게는 우러러 떠받들 대상일지라도, 그들에게 관심 없는 대중에게는 무의미한 하위 장르일 뿐이다. 기자의 고정관념을 잘 알고 있는 후배가 송가인 팬픽을 읽어봤냐고 물었다. '생선 장수 이야기'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먼저 읽었다. 놀랍게도 그 안에서 송가인은 숭배의 대상도, 로맨스의 주연도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생선 파는 엄마를 평생 부끄러워하던 청년이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장사할 때 엄마가 흥얼거린다는 이유로 그 노래를 부른 송가인마저 싫어했다. 하지만 날아든 비보(悲報). 영안실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남은 엄마의 지갑 안에는 사진 두 장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은 아들인 자신, 나머지 한 장은 송가인. 이튿날 장례식장, 뜻밖에도 송가인이 직접 조문을 왔다. 당황하는 아들에게 '미스트롯'은 말한다. '어머니는 날마다 제 팬카페에 들어와 글을 쓰셨어요. 생선 장수 아들이라고 친구들이 놀리지만, 당신에게는 둘도 없는 효자라고 쓰셨죠. 내 노래를 들으면 행복해서 좋다는 말도. 저도 무녀의 딸이라고 주변에서 놀림받았지만, 엄마가 부끄럽지 않아요….' 불효자 아들은 이후 마트 점원 일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는다. 어머니가 장사하던 골목에서, 하루종일 송가인의 노래를 들으며, 오늘도 총각은 생선을 파는 것이다.


송가인 팬픽들은 이런 식이었다. 골방에서 잠드는 미용실 막내에게 송가인이 '서울의 달' 주제가를 불러주고, 죽은 엄마 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아들에게 '엄마 아리랑'을 부른다. 그렇게 주인공들은 노래를 통해 힘을 얻고, 우정·사랑·연 대의 가치를 깨달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번 주 '미스터트롯'이 최종 우승자를 결정한다. 코로나로 엄중한 이 시기에 무슨 한가한 트로트 타령이냐고 말할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를 구원하는 건, 늘 그렇듯 작고 사소한 일상들. 부모, 자식이 함께 TV 보며 울고 웃은 지가 얼마 만일까. 촌스러운 신파라고 무시했던, 이 소박한 장르를 사랑한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9/20200309037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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