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경 습관처럼 눈이 떠졌었다. 비상등으로 켜놓은 방으로부터 불빛이 없이 캄캄했다. 온화해야할 침실안이 썰렁함을 느꼈다.
"또 전기가 나갔나?" 비바람이 세게 불때는 간혹 전기가 왔다갔다 하곤 했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거실로 나와 보았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호숫가 건너편쪽의 아파트 빌딩들에서도 전연 불빛이 없고, 캄캄 하기만 했다. 복도에 연결된 Main Entrance Door를 열어 보았다. 평상시에는 밝았던 복도불빛이 희미하게 비상등만 켜져 있다.
곧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다시 침대로 들었었다.
일요일(12월22일) 새벽의 내가 살고 있는 콘도미니움의 상황이었다.
전기가 없으니 모든게 먹통 그자체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외딴섬에 버려진 느낌이다.
잠에서 깨어나 Living Room에 나오면 습관적으로 TV를 켜서 날씨와 세상돌아가는 것을 보곤 했었는데....그리고 나서 아침 식사로 사과, Cereal, Banana,dried cranberry, mixed nuts등등을 Bowl에 넣고 우유를 부어 Lunar와 나누곤 했었는데 .....
습관데로 아침 예배에 참석하기위해 지하 차고에 들렸을때, 이곳 또한 비상등만 켜져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전까지의 Local Road 노면이 살얼음처럼 미끄럽게 느껴지고, 편치 않다. 다행인것은 오늘은 Traffic이 없었다. 일요일이기에.
길가의 앙상하게 뼈만있는 나무들의 가지에는 두꺼운 얼음이 덮혀있고, 어떤가지들은 고드름까지 길게 늘어져 그무게를 지탱하느라 축 쳐져 있다. 어제밤 초저녁부터 바람이 불고 때아닌 부슬비가 다시 진눈깨비로 바꾸이 내린것 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밤사이 기온의 급강하로 모든게 얼어붙기 시작 했었던 것 같다.
고속도로는 항상 뚫려 있어야 하기에 달리는데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교회에 가까워오면서 다시 Local Road에 들어서자 마자 이곳은 노면이 더 미끄럽다. 길가의 크고 작은 나무들은 그자체만을 보고 느끼기에는 환상적일 정도로 수정같은 얼음들이 아름다웠다. Lunar가 재빨리 차안 어디선가 카메라를 커내 이아름다운 풍경(?)들을 찍기에 나도 보조를 맞추느라 차를 천천히 몰기까지 했었다. 나무가지들이 얼어붙은 얼음의 무게에 부러져 길위에 떨어져 있는 숫자가 점점 더 많아져 사태의 심각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http://www.cnn.com/video/data/2.0/video/world/2013/12/23/pkg-canada-ice-storm-power-outages.cbc-news.html
차안의 Radio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미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밤사이 내린 부슬비가 기온의 급강하로 얼어붙어 그피해가 남부 온타리오와 특히 GTA에 심하다는 속보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토론토시의 각지역이 골고루(?) 전기가 나가고 Water Main들이 터지고.... 전기가 복구될 예상은 어쩌면 크리스마스 지나서 까지 일것이라고 읊어댄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콘도만이 겪는 재앙이 아님을 실감했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왜 하필..... 그런 생각이 마음한구석에 있었는데.....
앞에 Fire Engine한대와 경찰순찰차가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이 앞에 나타난다.
그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마치 산처럼 벌렁 드러누워 있다. 그리고 새까맣게 보이는 전선줄이 도로를 가로질러 나무와 같이 길바닥에 늘어져 있는게 보였다. 내앞에 가던 차가 그들앞에서 잠깐 서 있는가 했더니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달린다. 혹시나 하면서 나도 그들에게 근접했더니 소방수 한분이 무표정하게 수신호를 보낸다. 되돌아 다른 Detour를 찾으란다.
교회는 평상시의 출석인원의 약 1/3정도만 참석한것으로 어림짐작됐다. 예배를 보면서도 마음은 조바심으로 바뀌어 집에 무사히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꽉차서 귀중한 설교의 내용은 마치 나와 상관이 없는것 처럼 한쪽귀로 들어와 다른귀를 통해 바로 빠져 나갔다.
집전화도 불통이다. 전기가 있어야 작동되는 신식전화기였기 때문이다. Cell Phone을 대신 이용하여 예배에 참석못한 친지들과 전화연락에서 한결같은 대답은 차고문이 열리지 않아 꼼짝 못하고 있다는것이다. 방안의 기온은 강하되여 두터운 양말부터 시작해서 Canada Goose파카를 입어야 했다.
바보처럼 그냥 추운 방에 앉아 있기가 불편하고 지루하여 Lunar와 둘이서 콘도뒤의 넓고 길게 뻗어있는 Trail을 따라 걸어 볼려고 신발에는 등산용 아이젱(Crampon)을 끼우고 걷기를 시작했다. Trail에는 우리 부부뿐, 아무도 안보인다.
나무가지를 덮고 있는 Ice가 서로 어우러져 사진을 찍어봤다. 마치 뼈를 덮고 있고 있는 살과 같은 이치로 느꼈다. 아름답다. 호숫가의 물위에는 water fowl들이 유유자적이다. 그들은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길바닥은 마치 거울처럼 번들번들하게 장식(?)되여 있지만 Crampon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다. 한발 한발 옮길때마다 아이스 부서지는 소리가 바스락 거린다.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Guard rail에도 얼음이 덮혀있고, 고드름까지 늘어져 있어 많은 보슬비가 내렸음을 증거해 주고 있었다.
귀마개가 달린 모자까지 꾹눌러쓰고 걷는데, 매서운 바람끝은 귀를 아리게 했다. Trail을 따라 불빛이 훤하게 보이는 아주 오래된 낡고 낯은 아파트의 주민들이 부러워 보였다. 그들의 아파트는 운이 좋게 얼어붙는 Rain storm의 직격탄을 맞은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사이 복구된것인것 같다.
Lunar가 준비해 두었던 Candle과 Mini Flash light는 황금과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빛을 발휘해준다. 실제 발하는 빛은 겨우 사물을 분간 할 정도지만....양말을 껴신고, 오리털 파카는 움직이는데 둔하게 하다. 그대로 입고 소파에 앉아 보지만....긴밤을 보낼 생각에 그렇치 않아도 동지섣달 긴긴밤의 오늘 밤 지낼일이 끔찍하다. TV. 컴퓨터, 집전화 그리고 Cell phone 등등...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이런것들이 나를 도와주지 못하는 짐짝일 뿐이다. 지옥은 어떤곳일까? 심적으로 불안정하게 하고,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평소에는 고마움을 깨닫지못하고 당연한 종속품 정도로 생각됐었던 분신들이 나를 꽉 묶어 버릴때의 고통과 절박함이 지옥일것으로 이해됐다. 꼭 땅속끝 어딘가에 갇혀 말로만 듣고 상상했던 귀신들의 널름 거림이 감싸고 도는곳 만이 지옥일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던것은 좁고 편견된 나를, 그래서 나하고는 상관 없을 것으로 여겼던 어리석음이 바로 지옥이었다.
월요일 늦은 저녁에는 같은 Compound안에 있는 콘도빌딩의 주민들이 맨꼭대기에 있는 Sky lounge를 지옥이 되여있는 다른 2동의 콘도 주민들에게 개방시켜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편의를 주었다. 그곳에는 Volunteer들 만들어온 간식과 커피병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큰 Hall중앙에는 대형 TV가 지옥속의 토론토 현장상황을 보여주고, 컴퓨터와 Cell phone에 충전을 할수 있었다. 무엇 보다 우선 따뜻한 실내 기온이 몸을 녹여주어 좋았다.
따뜻한 Sky lounge에서 laptop을 펴놓으니 심적으로 조금 여유(?)생겨,노모님을 모시고 생활하는 가까운 친지분은 안녕하신지?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오전중에 복구되였다고 하면서, 이곳 형편을 알려 주었더니, 김밥을 만들어 한시간 내에 나한테 오겠다는 것이다. 안부전화를 한다는게 그친지에게 짐을 지어준 꼴이 된것이다. 똑같이 어려운 형편인데, 배려해주는 그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밀고 댕기는 실랑이속에서 그분의 결심이 확고한것을 물리칠수 없어, 그럼 내가 차를 몰고 그곳으로 올라가겠다는 타협(?)이 성립되여 바로 달려 갔다. 따뜻한 커피까지 대접받고, 몇시간이지만 지옥속에서 지낸 경험을 서로 나누고, 건네준 보따리를 차에 싣고 발길을 재촉했다. Lunar가 보따리를 풀더니 깜짝 놀란다. 김밥과 그외 다른 먹을것이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옥속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와 천당의 고마움을 느끼고 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친지에게 고마우면서도 마음속에 큰 빗을 지고 있음이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시간은 이미 밤 10시 반이 훨씬 지나고 있었다.
따로 살림을 하고 있는 두아이들도 형편은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피를 나눈 혈육의 정이라는것이 바로 이런것이로구나라고 창조주의 오묘한 섭리가 이순간에 떠오른다. 인류역사가 그냥 이어지는게 아니라, Family root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게 하는 이치를 조금은 넓게 이해 하게 해준다.
사방이 어두워 질려고 하는, 그래서 오늘밤 지낼걱정을 하고 있는데, living room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가 갑자기 훤하더니 방안 전체가 밝아졌다. 눈으로 확인 하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는 그런 순간이다. 시간은 저녁 4시 30분경이었다. 정확히 60시간의 암흑속의 생활(Inferno)이 끝나는 분기점이다. 어렸을적에는 전기불과는 등진 삶이었기에 저녁을 밝히는 빛은 오직 석유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호롱불이 전부 였었다. 그리고 조금 형편이 우선한집에서는 가끔씩 호롱불보다 훨씬 밝은 촛불이 다였었다. 그래도 순종하면서 잘 지내왔었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간편해질수록 어려움에 처했을때 인내하는 방법을 잊고 살아온 어리석음을 깊이 깨달았다.
여름철 Picnic할때 사용 했었던 Burner를 꺼내 리빙룸 식탁위에 올려놓고 불을 피워 밥을 했다. 먹어야 하니까. 방안의 공기가 금새 혼탁해 짐을 느꼈다. 그렇치 않아도 추운데 창문을 열어 놓으면 더 추울것 같아 열지 못하고 ..... 행여나 Burnner가 잘못되여 폭발 하지는 않을까?라는 또다른 걱정이 나를 옥조인다. Lunar도 같은 심정인것 같다. 상황의 전개를 알기위해 자동차의 Radio를 켜 보았다. 아뿔사 또 다른 지옥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추운 아파트에서 또는 개인집에서 추위에 견디다 못해 Charcoal을 방안에 켜 놓았다가 독가스에 질식하여 생명을 잃은 가족이 발생했고, 집전체가 불타버리는 Inferno가 이어지고 있었다. 완전 복구까지는 성탄절이 지난후에나 가능할것이라는 참담한 뉴스다.
여행을 할때, 특히 겨울철 춥고 긴 캐나다의 혹한을 피해 중남미로 날아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즐길때의 60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감을 많이도 아쉬워 했었다. 앞으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여행을 즐길때 꼭 이번 지옥같은 어려운 상황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아직도 이시간 현재 토론토에서만 약 72,000명 정도가 추운 암흑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뉴스는 계속 흘러 나온다. 얼마전 필리핀의 태풍에서 Tacloban지역을 중심으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그곳에 성의껏 도움을 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이 오늘 지옥에서 벗어나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혼자서는 못사는 인생들.....
오늘밤은 더 추울거라고 하는데.... 오늘이 모두가 축제 무드에 젖어 따뜻한 가족들의 품속에서 편한 감사의 시간을 갖어야 할 크리스마스날인데.....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찾아왔다. Lunar는 어젯밤 불이 들어오자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더니 아이들에게 성찬의 점심을 대접(?)할 준비에 여념이 없이 움직인다. "엄마, 아빠 괸찮아?" 영어 보다는 우리말로 하는 대화가 편한 엄마 아빠를 위해 끙끙 거리면서 나눈 인사말이다. Lunar가 Roasting한 터키가 커다란 접시에 올려져 식탁 한가운데 자리를 하고 있고, 온식구가 빙둘러 앉아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눈다. 이난리 통에서도 같이 모여 앉아 가족의 정을 나눌수 있는 축복에 감사한다. 오래 기억될 이번 성탄절이다.
"또 전기가 나갔나?" 비바람이 세게 불때는 간혹 전기가 왔다갔다 하곤 했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거실로 나와 보았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호숫가 건너편쪽의 아파트 빌딩들에서도 전연 불빛이 없고, 캄캄 하기만 했다. 복도에 연결된 Main Entrance Door를 열어 보았다. 평상시에는 밝았던 복도불빛이 희미하게 비상등만 켜져 있다.
곧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다시 침대로 들었었다.
일요일(12월22일) 새벽의 내가 살고 있는 콘도미니움의 상황이었다.
전기가 없으니 모든게 먹통 그자체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외딴섬에 버려진 느낌이다.
잠에서 깨어나 Living Room에 나오면 습관적으로 TV를 켜서 날씨와 세상돌아가는 것을 보곤 했었는데....그리고 나서 아침 식사로 사과, Cereal, Banana,dried cranberry, mixed nuts등등을 Bowl에 넣고 우유를 부어 Lunar와 나누곤 했었는데 .....
습관데로 아침 예배에 참석하기위해 지하 차고에 들렸을때, 이곳 또한 비상등만 켜져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전까지의 Local Road 노면이 살얼음처럼 미끄럽게 느껴지고, 편치 않다. 다행인것은 오늘은 Traffic이 없었다. 일요일이기에.
길가의 앙상하게 뼈만있는 나무들의 가지에는 두꺼운 얼음이 덮혀있고, 어떤가지들은 고드름까지 길게 늘어져 그무게를 지탱하느라 축 쳐져 있다. 어제밤 초저녁부터 바람이 불고 때아닌 부슬비가 다시 진눈깨비로 바꾸이 내린것 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밤사이 기온의 급강하로 모든게 얼어붙기 시작 했었던 것 같다.
고속도로는 항상 뚫려 있어야 하기에 달리는데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교회에 가까워오면서 다시 Local Road에 들어서자 마자 이곳은 노면이 더 미끄럽다. 길가의 크고 작은 나무들은 그자체만을 보고 느끼기에는 환상적일 정도로 수정같은 얼음들이 아름다웠다. Lunar가 재빨리 차안 어디선가 카메라를 커내 이아름다운 풍경(?)들을 찍기에 나도 보조를 맞추느라 차를 천천히 몰기까지 했었다. 나무가지들이 얼어붙은 얼음의 무게에 부러져 길위에 떨어져 있는 숫자가 점점 더 많아져 사태의 심각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http://www.cnn.com/video/data/2.0/video/world/2013/12/23/pkg-canada-ice-storm-power-outages.cbc-news.html
차안의 Radio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미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밤사이 내린 부슬비가 기온의 급강하로 얼어붙어 그피해가 남부 온타리오와 특히 GTA에 심하다는 속보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토론토시의 각지역이 골고루(?) 전기가 나가고 Water Main들이 터지고.... 전기가 복구될 예상은 어쩌면 크리스마스 지나서 까지 일것이라고 읊어댄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콘도만이 겪는 재앙이 아님을 실감했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왜 하필..... 그런 생각이 마음한구석에 있었는데.....
앞에 Fire Engine한대와 경찰순찰차가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이 앞에 나타난다.
그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마치 산처럼 벌렁 드러누워 있다. 그리고 새까맣게 보이는 전선줄이 도로를 가로질러 나무와 같이 길바닥에 늘어져 있는게 보였다. 내앞에 가던 차가 그들앞에서 잠깐 서 있는가 했더니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달린다. 혹시나 하면서 나도 그들에게 근접했더니 소방수 한분이 무표정하게 수신호를 보낸다. 되돌아 다른 Detour를 찾으란다.
교회는 평상시의 출석인원의 약 1/3정도만 참석한것으로 어림짐작됐다. 예배를 보면서도 마음은 조바심으로 바뀌어 집에 무사히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꽉차서 귀중한 설교의 내용은 마치 나와 상관이 없는것 처럼 한쪽귀로 들어와 다른귀를 통해 바로 빠져 나갔다.
집전화도 불통이다. 전기가 있어야 작동되는 신식전화기였기 때문이다. Cell Phone을 대신 이용하여 예배에 참석못한 친지들과 전화연락에서 한결같은 대답은 차고문이 열리지 않아 꼼짝 못하고 있다는것이다. 방안의 기온은 강하되여 두터운 양말부터 시작해서 Canada Goose파카를 입어야 했다.
바보처럼 그냥 추운 방에 앉아 있기가 불편하고 지루하여 Lunar와 둘이서 콘도뒤의 넓고 길게 뻗어있는 Trail을 따라 걸어 볼려고 신발에는 등산용 아이젱(Crampon)을 끼우고 걷기를 시작했다. Trail에는 우리 부부뿐, 아무도 안보인다.
나무가지를 덮고 있는 Ice가 서로 어우러져 사진을 찍어봤다. 마치 뼈를 덮고 있고 있는 살과 같은 이치로 느꼈다. 아름답다. 호숫가의 물위에는 water fowl들이 유유자적이다. 그들은 무슨 근심이 있겠는가? 길바닥은 마치 거울처럼 번들번들하게 장식(?)되여 있지만 Crampon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다. 한발 한발 옮길때마다 아이스 부서지는 소리가 바스락 거린다.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Guard rail에도 얼음이 덮혀있고, 고드름까지 늘어져 있어 많은 보슬비가 내렸음을 증거해 주고 있었다.
귀마개가 달린 모자까지 꾹눌러쓰고 걷는데, 매서운 바람끝은 귀를 아리게 했다. Trail을 따라 불빛이 훤하게 보이는 아주 오래된 낡고 낯은 아파트의 주민들이 부러워 보였다. 그들의 아파트는 운이 좋게 얼어붙는 Rain storm의 직격탄을 맞은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사이 복구된것인것 같다.
Lunar가 준비해 두었던 Candle과 Mini Flash light는 황금과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빛을 발휘해준다. 실제 발하는 빛은 겨우 사물을 분간 할 정도지만....양말을 껴신고, 오리털 파카는 움직이는데 둔하게 하다. 그대로 입고 소파에 앉아 보지만....긴밤을 보낼 생각에 그렇치 않아도 동지섣달 긴긴밤의 오늘 밤 지낼일이 끔찍하다. TV. 컴퓨터, 집전화 그리고 Cell phone 등등...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이런것들이 나를 도와주지 못하는 짐짝일 뿐이다. 지옥은 어떤곳일까? 심적으로 불안정하게 하고,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평소에는 고마움을 깨닫지못하고 당연한 종속품 정도로 생각됐었던 분신들이 나를 꽉 묶어 버릴때의 고통과 절박함이 지옥일것으로 이해됐다. 꼭 땅속끝 어딘가에 갇혀 말로만 듣고 상상했던 귀신들의 널름 거림이 감싸고 도는곳 만이 지옥일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던것은 좁고 편견된 나를, 그래서 나하고는 상관 없을 것으로 여겼던 어리석음이 바로 지옥이었다.
월요일 늦은 저녁에는 같은 Compound안에 있는 콘도빌딩의 주민들이 맨꼭대기에 있는 Sky lounge를 지옥이 되여있는 다른 2동의 콘도 주민들에게 개방시켜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편의를 주었다. 그곳에는 Volunteer들 만들어온 간식과 커피병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큰 Hall중앙에는 대형 TV가 지옥속의 토론토 현장상황을 보여주고, 컴퓨터와 Cell phone에 충전을 할수 있었다. 무엇 보다 우선 따뜻한 실내 기온이 몸을 녹여주어 좋았다.
따뜻한 Sky lounge에서 laptop을 펴놓으니 심적으로 조금 여유(?)생겨,노모님을 모시고 생활하는 가까운 친지분은 안녕하신지?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오전중에 복구되였다고 하면서, 이곳 형편을 알려 주었더니, 김밥을 만들어 한시간 내에 나한테 오겠다는 것이다. 안부전화를 한다는게 그친지에게 짐을 지어준 꼴이 된것이다. 똑같이 어려운 형편인데, 배려해주는 그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밀고 댕기는 실랑이속에서 그분의 결심이 확고한것을 물리칠수 없어, 그럼 내가 차를 몰고 그곳으로 올라가겠다는 타협(?)이 성립되여 바로 달려 갔다. 따뜻한 커피까지 대접받고, 몇시간이지만 지옥속에서 지낸 경험을 서로 나누고, 건네준 보따리를 차에 싣고 발길을 재촉했다. Lunar가 보따리를 풀더니 깜짝 놀란다. 김밥과 그외 다른 먹을것이 곁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옥속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와 천당의 고마움을 느끼고 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친지에게 고마우면서도 마음속에 큰 빗을 지고 있음이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시간은 이미 밤 10시 반이 훨씬 지나고 있었다.
따로 살림을 하고 있는 두아이들도 형편은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피를 나눈 혈육의 정이라는것이 바로 이런것이로구나라고 창조주의 오묘한 섭리가 이순간에 떠오른다. 인류역사가 그냥 이어지는게 아니라, Family root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게 하는 이치를 조금은 넓게 이해 하게 해준다.
사방이 어두워 질려고 하는, 그래서 오늘밤 지낼걱정을 하고 있는데, living room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가 갑자기 훤하더니 방안 전체가 밝아졌다. 눈으로 확인 하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는 그런 순간이다. 시간은 저녁 4시 30분경이었다. 정확히 60시간의 암흑속의 생활(Inferno)이 끝나는 분기점이다. 어렸을적에는 전기불과는 등진 삶이었기에 저녁을 밝히는 빛은 오직 석유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호롱불이 전부 였었다. 그리고 조금 형편이 우선한집에서는 가끔씩 호롱불보다 훨씬 밝은 촛불이 다였었다. 그래도 순종하면서 잘 지내왔었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간편해질수록 어려움에 처했을때 인내하는 방법을 잊고 살아온 어리석음을 깊이 깨달았다.
여름철 Picnic할때 사용 했었던 Burner를 꺼내 리빙룸 식탁위에 올려놓고 불을 피워 밥을 했다. 먹어야 하니까. 방안의 공기가 금새 혼탁해 짐을 느꼈다. 그렇치 않아도 추운데 창문을 열어 놓으면 더 추울것 같아 열지 못하고 ..... 행여나 Burnner가 잘못되여 폭발 하지는 않을까?라는 또다른 걱정이 나를 옥조인다. Lunar도 같은 심정인것 같다. 상황의 전개를 알기위해 자동차의 Radio를 켜 보았다. 아뿔사 또 다른 지옥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다. 추운 아파트에서 또는 개인집에서 추위에 견디다 못해 Charcoal을 방안에 켜 놓았다가 독가스에 질식하여 생명을 잃은 가족이 발생했고, 집전체가 불타버리는 Inferno가 이어지고 있었다. 완전 복구까지는 성탄절이 지난후에나 가능할것이라는 참담한 뉴스다.
여행을 할때, 특히 겨울철 춥고 긴 캐나다의 혹한을 피해 중남미로 날아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즐길때의 60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감을 많이도 아쉬워 했었다. 앞으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여행을 즐길때 꼭 이번 지옥같은 어려운 상황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아직도 이시간 현재 토론토에서만 약 72,000명 정도가 추운 암흑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뉴스는 계속 흘러 나온다. 얼마전 필리핀의 태풍에서 Tacloban지역을 중심으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그곳에 성의껏 도움을 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이 오늘 지옥에서 벗어나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혼자서는 못사는 인생들.....
오늘밤은 더 추울거라고 하는데.... 오늘이 모두가 축제 무드에 젖어 따뜻한 가족들의 품속에서 편한 감사의 시간을 갖어야 할 크리스마스날인데.....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찾아왔다. Lunar는 어젯밤 불이 들어오자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더니 아이들에게 성찬의 점심을 대접(?)할 준비에 여념이 없이 움직인다. "엄마, 아빠 괸찮아?" 영어 보다는 우리말로 하는 대화가 편한 엄마 아빠를 위해 끙끙 거리면서 나눈 인사말이다. Lunar가 Roasting한 터키가 커다란 접시에 올려져 식탁 한가운데 자리를 하고 있고, 온식구가 빙둘러 앉아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눈다. 이난리 통에서도 같이 모여 앉아 가족의 정을 나눌수 있는 축복에 감사한다. 오래 기억될 이번 성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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