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8, 2010

첫눈 밟으면서 Silver Creek Trail Walk



















앙상하게 남아있는 큰 나무들로 빽빽한 사이로 불어대는 바람소리는 '북풍한설 몰아칠때....'라는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귓전을 울리고, 눈덮힌 오르막 내리막 Trail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발씩 뗄떼마다 행여나 미끄러지지 않을까 내몸을 지탱해 주는 양다리에 더 힘을 주면서 조심 스럽기만 하다. 첫눈이라고 하지만 폭설은 아니고, 뿌려진 눈은 아직 얼지 않은 지표면에 아직도 덮혀 있는 낙엽위에 내려 앉아 자리를 잡고 있기에, 내리막길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썩은 나뭇잎, 말라비틀어진 잡풀들, 돌짝밭을 덮고 있는 이끼들....그외 모든 눈에 보이는것들을 깨끗하게 힌색으로 덮어버린 끝없이 펼쳐지는 숲속은 보기에도 시원하다.

요즘은 아침 7시면, 아직도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새벽이다. 집을 출발 할때는 기온만 쌀쌀 했을뿐인데, 약 40 킬로 북쪽에 위치한, 오늘 산행하는 Silver Creek에는 흰눈이 얕게 깔려 있었고, 계속해서 흩날리고 있었다. 요며칠새 하늘은 계속해서 Grey로 변해 있고, 기온마져 떨어져 마음을 스산하게 하는 토요일 새벽이었지만, 참여한 대원들의 숫자는 변동이 거의 없다. 지난주와 달라진게 있다면, 좀더 두툼하게 덧입은 복장일 뿐이다. 어떤 대원은 귀덮개(Ear mask)를 했고, 어떤 대원은 Gaiters 한게 지난주 걸을때와는 조금 다를 뿐이다.

조그만 Creek들이 많은 이구간은, 등산객들의 편의을 위해 Board bridge가 많이 설치 되여 있는데, 그위에 쌓인 반은 젖은 눈(Wet snow)을 밟으면서 Creek을 건널때는 더 조심 스럽다, 더 쉽게 미끄러질수 있기 때문이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는 항상 같지만, 오늘은 좀 차겁게 들리는것 같다. 내마음이 며칠사이에 일어난 원치않는 세상사에 어두어지고 복잡해서 일까? 간간히 들리는 대원들의 대화 내용도 내가 보고 들은것들과 거의 같은 뉴스들이다. 뒤에 두고온 조국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들은 너나 할것없이 다 똑 같다는것을, 조국의 안위를 생각할때는 군대를 다녀온 역전의 용사들이나, 그러한 경험이 없는 여성대원들이나 한결 같다는것도 새삼 이아침에, 눈덮힌 Trail을 걸으면서 느낀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에 조국 한반도 뿐만이 아니고 전세계를 놀라게 할정도로 사고를 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쪽의 망나니를 끌고 와서, 힌색으로 깨끗하게 덮혀진, 그러면서도 포근하게 안아주고 있는 Silver Creek의 나무숲속을 같이 걸으면서, 한발짝씩 뗄때마다, 설명도 필요없이 그속에서 스스로 깨달아, 지금까지 주위를 괴롭혀온 그의 행적이 잘못 된것이었음을 깊이 느끼게 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불끈 솟는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복잡한 세상사 다 잊고, 하얗게 눈덮힌 대지위를 걸으면서,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삶을 더 멋있고, 뜻있고, 평화스럽게 살아갈까?라는 생각으로, 나같은 속인도 즐거운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더 똑똑하고 현명한(?) 그 망나니는 왜 이렇게 포근히 안아 감싸는 자연속에서 한발짝 떼어보는 지혜가 없을까? 알것같다. 모든 죄악의 원인인 '욕심'때문에....바보 천치.... 세상사람들로 부터 저주와 손가락질을 수도 없이 받고 있을 그가 측은해 진다.

한여성 대원이 곡주(집에서 만든 막걸리) 한병을 들고 다니면서, 점심을 먹고 있는 대원들 사이로 다니면서 블라스틱컵에 반잔씩 나누어 준다. 목을 통해 뱃속으로 넘어간 한모금이 온몸의 삭신에 스며든 피로를 스르르 녹이게 하는 산뜻한 기분이 들게한다. 웬만한 정성이 아니면 이러한 Share는 쉽지 않다. 등산을 할때는 한장의 종이장도 짐스러움을 느낀다. 막걸리병을 정성스레 Back Pack에 모시고 와서, 대원들의 목을 추겨주려는 그마음, 고맙고 아름답다. 나는 그냥 염치없이 받아 마시고, 고맙다는 말한마디로 인사를 대신할 뿐이다. 막걸리 반주를 시작으로 따뜻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의 Trail Walk에 참석못한 Lunar가 새벽부터 일어나, 김치와 소고기를 섞어 볶음밥을 만들어, 수저가 충분히 들어갈수 있는 주둥이가 큰 보온병에 담아준 점심이었기에 안주겸 점심겸 맛이 두배로 더 하는것 같다. 또 다른 조그만 보온병에는 따뜻한 옥수수차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매주 같이 동행하는 Lunar는, 그녀의 기준으로 봤을때, 더 매력적인 곳으로 갈 계획이 있었기에 참석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즐겨 찾는곳이 어디이겠는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이 모두가 짐작을 할것으로 생각이 들어 상세한 언급은 하고 싶지 않다.

되돌아 올때는 Main Trail에서 벗어나 있는 Bennett Heritage Side Trail로 리더가 앞장선다. 이곳 Side Trail은 처음 걷는다. 이구간을 여러번씩 걸었었지만, 항상 Main Trail만 걸었었기 때문이다.
넓찍하게 뻥 뚫린 길이 앞에 보인다. 흔치않게 만들어진 구간이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지도를 살펴 봤다. 설명에 의하면 약 500년전에 이곳에는 인디언 원주민들이 살았었던 곳이라고 표시되여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넓직한 길이 상당구간 반듯하게 나 있다는것 외에는, 원주민들의 주거지 였었다는 별다른 특징을 찾아 볼수는 없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숲이 더 울창 했을 텐데.... 지금도 여름철이면 가끔씩 인디언들의 보호 구역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구경갔을때, 그곳에서 보았던 독수리 깃털이 곁들여진 원주민들의 전통의상이나, 길게 머리를 딴 한패의 청년들이 빙 둘러 앉아 커다란 북(Drum)을 두드리면서 리듬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들이 연상된다. 엣냘의 추장은 지금보다 더 권위가 있었고, 지존이었으리라 상상해 보면서 발길을 옮긴다.

암벽으로 구성된 언덕길에 쌓인 첫눈을 밟으며 내려오는 대원들, 특히나 여성대원들의 발걸음이 때로는 마음을 조리게 했다. 보조 지팡이를 한손에 든 대원, 양손에 든 대원.... 모두가 재치있게 잘도 내려간다. 오히려 좀더 나이가 들은 남성대원들을 걱정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넓은 북미대륙에서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이런것 아닐까? 눈위를 걷는다는것은 감상적일수는 있으나, 신경과 에너지는 더 쏟게 마련이다.
걷기를 마친 대원들의 back Pack과 모자위에는 걷는 동안 내내 조금씩 내렸던 눈이 미쳐 다 녹지못하고 간간히 쌓여 있는게, 인내 하면서 전구간을 묵무히 걸어온 인고의 흔적같이 보인다. 모자에서는 녹은 눈이 빗방울 처럼 매달려 있기도 하고, 김이 나오는것도 보인다. 같이 한식구가 되여 산행을 한대원들만이 느낄수 있는 보람과 희멸, 그위에 더해진 신체적 건강....쌓여 있는 눈이 대변해 주는것 같다.
점심시간과 중간에 Break Time까지 합쳐서 약 4시간 40분을 걸었다. 지도를 보면서 약 22 킬로를 걸었음을 알았다. 한발짝씩 한발짝씩... 쌓이고 쌓인 결과이다. 어느 대원이 지도를 보고있는 나를 향해 "오늘은 2만보 이상을 걸었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녀가 차고 있던 '만보기'를 들어 보인다. 오늘의 산행도 무사히 모두가 마무리 함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면서 온 우주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윗분에게 감사한다. 집으로 향하는 핸들은 오늘도 가볍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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