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8, 2013

밤사이 내린 겨울의 전령, 싸락눈과 반갑지 않은 동행.

하늘은 회색이고 바람은 삭풍끝에 휭휭 휘몰아 친다. 호숫가를 바라보고 있는 창문을 열어본다. 바람이 기다렸다는듯이 쌩하고 스며든다.
온타리오 호수위에는 Waterfowls들이 떼를 지어 조용히 떠 있다. 그들도 나처럼 춥다는것을 느꼈는지?  아니면 밤사이 Snow squall에 시달렸다가 이제 많이 수그러든 바람을 맞대고 쉬고 있는 것일까?  보이는것들은 전부 을씨년스러운 회색빛으로 덮혀 있고, 가끔씩은 싸락눈으로 하얗게 뒤덮힌곳은 차가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Lunar와 같이 서둘러, 매일 해온것 처럼, 이아침에도 Canada Goose 잠바로 중무장을 하고, McDonalds Restaurant를 향해 호숫가를 따라 잘 다름어진 Trail위를 종종 걸음으로 내딛는다. 겨울의 전령이 우리를 반기는지 아니면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뜻인지? 발걸음을 떼는데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한다.  밤사이 뿌린 눈이 Pavement에 내리면서 얼어붙어 잘못하면 넘어지기 안성마춤으로 번들번들하게 도배되여 있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불어 닥치는 찬바람이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장갑속으로 파고 들어 손끝이 조금은 시려옴을 느끼게 한다.  다른때는 가끔씩은 개를 동무삼아 산보하는 동네이웃들을 만나곤 했었는데, 오늘은 겨울의 전령인 첫눈이 칼바람과 함께 길바닥위에 진을 치고 위협(?)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한명도 안보인다.



 Lunar가 길위에 덮힌 얼어붙은 살얼음을 한발짝씩 옮길때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내팔을 꼭 붙잡아라고 끌어 잡고 조심스럽게 한발짝씩 살얼음과 얕게 덮힌 눈길위를 걷는다.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호숫가의 물위에는 오늘따라 보기 드물게 새떼들이 추위를 이겨 내려는듯이 구룹을 이루어 파도 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캐나다의 긴 겨울을 춥지않고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활용할 지혜를 짜내야 할텐데... 벌써 마음은 내년 5월달의 사방이 파란연두색으로 뒤덮혀 있는 신록의 그림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어깨를 웅크리고 걷고 있는 내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자그만치 앞으로 6개월정도 있어야 보고 느낄수 있는것을....




캐나다의 겨울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길고 또 여러가지면에서 활동하는데 제약을 많이 받게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동토의 Tunnel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몸의 움직임이 적어지면, 상대적으로 온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민감해질수밖에 없다.  밤사이 목이 삐걱하여 움직이는데 거북하기도하고, 무릎관절에 통증이 오고, 어깨쭉지가 전처럼 위로 펼쳐 올리는데 불편하고, 두통이 계속된다는등등....고통들을 호소하지만, 그속에는 삶의 조건이 많이 좋아진 환경속에서 살아오면서 때로는 참고 견디어 내야하는 면역상실이 실종된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활동을 많이 하게되면, 몸속의 여러곳에서 일어나는 통증의 반응을 미쳐 느끼지 못하면서 지나치게 된다. 여름이면 거의가 다 골프로 드라이빙으로 야외 피크닉 등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기에 엄살이 섞인 통증 호소가 없거나 적어진다.  겨울은 그반대다. 같은 또래의 Senior들과 어울려 담소를 하게되면, 건강관리, 몸에 좋다는 음식, 그리고 몸의 어디가 안좋아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는 등등의 화제가 극히 제한되여 있음을 본다.  내자신도 어느새 그중의 한사람이 되여 있곤 했었다.

아직 코흘리개 꼬마였을때, 고향 시골길에서 어머님, 아버님의 심부름으로 추운 겨울아침에 지렁이 처럼 꾸불꾸불 굽어져 있는 좁은 동네 고삿길을 총총 걸음으로 웅크리면서 걸어가다가 동네 어른들즉,지금의 우리세대분들을 지나치게 되면 인사를 드렸었다. "밤새 안녕 하셨어요?"라고.

그때는 좀생활 형편이 좋은 동네 어르신들은 흰솜바지, 저고리를 입으셨었었다. 그렇치 못한 분들은 누렇게 색이 바랜 여러겹의 얇은 옷들을 껴 입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오늘 입고 있는 옷을 다시한번, 그때와 견주어 보면서 쳐다봤다.  Canada Goose 상표가 가슴쪽에 붙혀있는 두툼한 외투로 중무장하고 있다.  비교가 될수 없을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이아침에 느낀다.  그런데도 참고 견디어 내는면에서는 옛 어른들을 뒤쫒아 갈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져 있음도 느끼면서 호강스런 인생살이(?)에서 오는 투정이 아닐까라고 넋두리를 해 본다.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말이다.

잠시 걷던길을 멈추고 뒤돌아 본다.  걸어왔던 Trail이 보이고 그뒤로는 우뚝솟은 콩크리트로 쌓아올린 콘도빌딩들이 즐비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중의 한곳에 나의 보금자리가 있음을 본다.  천연개스를 사용하여 난방을 하기에 굴뚝에서는 눈물을 나게 하는 연기들도 보이지 않는다.



Lunar가 입고 있는 윗옷이 조금은 추워 보여서, 내가 입고 있는것과 똑같은 자켓을 오늘 구입하러 가자고 제안해 보았다.  한마디로 괜찮다는 반응이다.  값이 비싸서일까?라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것만은 아닌것을 그녀의 설명에서 알았다.  즉 투박해서 모양이 안난다는것이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거기서 나는것을 내가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무지함이 미안하게 느껴진다. Escada를 포함한 얇으면서도 보온이 잘되는 옷들이 여러개 있다고 설명해준다.  그래도 괜히 그녀에게 마음이 쓰인다.






평상시에는 맥도날드 식당에 도착하면 빈좌석이 별로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오늘은 거의 비어있다.  매일 아침 눈인사를 나누곤 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Senior들이었었다.  아마도  밤사이 조금내린 이겨울의 전령, 싸락눈으로 뒤덮혀 미끄러운 길위를 걷는게 불안하게 느껴졌던것 같다.  그러고 보면 Lunar와 나는 이광경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것 같다.  아니 그렇게 느끼고 싶다.  따뜻한 커피한잔과 Latte한잔씩 손에 들과 한모금 목에 넘기니 온몸이 따스해옴을 느낀다.  찬바람을 마주 하면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온 목적이 쉽게 머리속에서 떠오른다.

아직은 별로 외부의 여건에 구애됨이 없이 활동 할수 있다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에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이다.  Lunar가 벗어놓은 내 윗옷을 다시 매만지면서 옆좌석에 놓는다.  이렇게 이번 겨울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불편함 없이 지낼수 있는 여건을 다지기 위한 부단의 노력과 실천의 상징으로 왕복 6.5킬로의 Trail을 매일 아침 걸어 맥도날드까지 갔다오는 건장함을 유지하여 겨울의 전령인 싸라기 첫눈의 위협(?)을 포함한 혹한의 긴캐나다 겨울의 Tunnel을 헤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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