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11, 2010

온타리오 호숫가 얼음위에 앉아 있는 새떼들이 추워 보인다.















숫자를 셀수도없이 많은 새떼들이 아직은 얕게 얼어붙은 온타리오 호숫가의 얼음위에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몹시도 차겁게 느껴져 온다. 그들도 나처럼 캐나다의 긴겨울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고, 춥지않게 보내야 될까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것 처럼 보여졌다. 가끔씩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몇마리의 새들은, 마치 토론을 벌이다 의견일치를 보지못한 홧김에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 나가는, 우리 인간사회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장면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그러다가 다시 제자리로 날아와 앉는것이 눈에 뚜렷히 들어온다.

매년 이맘때면 이러한 새떼들의 군무는 흔히 보아온 광경이다. 사방 천지가 파랗게 물들어 있는 시절에는 물위에 몰려서 떠 있는 새떼들을 보면서 여유를 느끼곤 했었는데, 오늘 처럼 얼음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항상 마음을 차겁고 공허하게 해주는 느낌이 깊다. 그위에 더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유는 며칠후면 또 한해를 맞이 하게 된다는, 달갑지 않는 세월의 손님이 나를 꼼짝 못하게 붙들어 맬려고 달려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제 부터인가 그 달갑지 않은 손님에게 붙잡히지 않을려고 이맘때부터 발버둥을 쳐 보지만, 도리가 없이 꼭 잡히고 만다. 잡히는 순간부터 혹독한 고문을 피할수 없었기에, 그후유증이 너무나 많이 온몸에 나타나는것을 마음 아프게 견디어 낼 뿐이다. 머리가 빠지고, 몇개 안남은 머리털은 하얗게 변해 버리고, 멀리 까지 밝게 볼수 있었던, 그래서 옮고 그른것을 분명히 구별할수 있었던 시야는 어느새 흐려지고, 그렇게도 사태를 빠르고 명석하게 분별해주던 머리는 붙잡히는 순간 가장 심한 고문을 당해서 인지, 판단히 흐려지고 기억을 되살리는 힘도 약해져 버리게 만들었다. 목을 통해 넘기는 음식물의 양도 매년 줄어드는것을 느낀다. 세상에 이러한 고문(?)을 감내해내야 하는 캐나다의 긴겨울이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오늘 얼음위에 몰려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새떼들을 보면서, 준비를 해 보겠다고 다짐은 해 보나, 어찌 순리를 거스릴수가 있겠는가? 겸허히 받아 들이고, 때리면 그아픔을 감내 하면서, 그속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또 다른 각도에서 터득해야 한다. 한파를 동반한 추위와 더불어 한살을 억지로 먹이는 고문을 견디기 어려우면 잠시 따뜻한 남쪽으로 피해 보지만, 그래도 견디기 어려우면 또다른 방법을, 매년 해 왔던것 처럼, 이번에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피해볼려고 하는것 만큼, 고문의 흔적이 덜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 하지만, 머리털과 두뇌회전과 시력과 약해지는 신체의 반응은 노력하는것과는 무관하게 꼭 그만큼 매년 더해지는것 같다. 중국천하를 주름잡고 호령하면서 삶을 즐겼던 진시황제의 마음을 이겨울에는 조금이라도 읽을수 있을것 같은 심정이다.

웅크리고 모여 앉아있는 저 새떼들도 혹한을 동반한 새로운 한해가 엄습해 오는 속에서, 모진 고문을 견디지못한 놈은 영원히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것이고, 무난히 넘긴놈들도 비틀거리면서 더 좋은 세상과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머리속에서 그리면서 견뎌 내겠지? 새떼들아 우리 모두 같이 건강히 코앞에 닥쳐 있는 혹한과 손잡고 달려오고 있는 세월이라는 고문의 한해를 지혜롭게 맞이하고, 그후 파란색갈로 색칠되는 그때를 맞을 희망을 갖고 헤쳐 나가자. 긴겨울을 지난후에 몸둥이 이곳저곳에 남겨지는 고문의 흔적은 또 어떤모습으로 보여질까? 윤회라는 말도 떠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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