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02, 2010
새해 첫 Trail Walk은 너무나 추웠다. 그래도 끝은 상쾌했다.
Gaiter착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평상시 착용을 거의 안했었지만, 오늘은 안할수 없었다. 쌓인 눈속을 걷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도구였기에 말이다. 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너무나 차가운 바람과 공기가 얼굴을 후려 갈리는것 같다. 영하 18도에 체감 온도는 영하 30가 넘는다고, 오는 도중에 청취한 방송에서는 되풀이해서 보도하고 있었음을 실감나게 하고도 남는다.
Hockley Valley Rd의 주차장에 파킹하는데도 쌓인 눈으로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북쪽 구간을 걷기위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첫발걸음을 내딛는데 미끄러진다. 바로 가파른 언덕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원들이 오늘은 Crampon을 착용한것이 눈에 띈다. 미쳐 못한 대원들은 잠시 멈추고 Crampon을 착용하는라, 시려운 손을 불어가면서 낑낑댄다. 나는 준비는 했지만, 그냥 버티기로 하고 발길은 옮긴다.
Noona가 신경 쓰인다. 그녀도 나처럼 gaiter는 했지만, Crampon은 백팩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어제밤에 그것도 늦은 밤에 우리 둘은 Gaiter와 Crampon들을 꺼내 미리 부착해 보고, 조이는 끈의 길이를 조정해 놓기도 했었던 생각이 난다. 대원들의 입과 코에서는 굴뚝에서 연기나오는것 처럼 흰김이 쉴새 없이 뿜어 나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마침 앙상한 나무가지를 뚫고 비춰지는 햇볕속에 뚜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Mr. Tanaka Yosi가 결석하고 그의 부인만 보였다. 그는 미리 알고 참석안한 것일까?라고 나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단정해 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저변에 깔려 있는것 같다.
앞서걷던 Noona가 갈림길의 다른편에서 혼자 걸어 나온다. 나를 보자, 미끄러워서 잠깐 옆으로 비껴, Crampon을 착용하기위해 옆으로 비꼈었다고 한다. 어젯밤에 연습해 볼때, Noona의 Crampon은 착용하기가 여간 복잡하지 않았었던 기억이 떠올라 잠깐 서 있으라하고 내가 점검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엉성하게 신발에 붙어 있음이 금방 눈에 띄었다. 장갑을 벗고, 끈을 풀어 다시 Alignment하고 조이고 했다. 뭔가 좀 어색했었는데 훨씬 좋아진것 같다고 그녀가 좋아 한다. 손끝이 무척 시렵다. 43년전 고국에서 군대생활 할때, 최전방, 그것도 이북의 금오산과 맞대응하고 있는 대성산이 있는 사단에서 근무할때, 그것도 취사반에서 줄을 서서 양은 밥그릇에 밥을 배식받은다음, 다음 wicket으로 가면 멀건 콩나물이 몇개 들어 있는 된장국을 그위에 부어주면 식탁으로 가서 개걸들린듯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그대로 뭔가 더 먹을게 없나 하면서 아쉬워 했었던 그시절, 먹고난 다음 밥그릇을 닦기위해 한참을 계곡을 타고 올라가 산속 바위틈에서 졸졸 거리고 나오는 물줄기에 조그만 파이프를 박아 그곳을 통해 흘러 나오는 물에 대고 손으로 박박 문질러 썻었던 아련한 기억, 특히나 추운날에는 물묻은 손가락이 양은 그릇에 딱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던 그때가 문득, 그런때와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해낼수 있을까?라는 빛바랜 추억으로 되살아 난다. 잠깐사이에 손끝이 아릴정도로 차거워짐을 녹이기 위해 입에 갖다 대고 불다가, 얼른 두툼한 Mitten속에 넣었다. 어느새 나와 그녀가 대열의 맨끝에서 걷고 있음을 보았다. 계곡속의 나무숲이 많은곳을 지날때는 그래도 바람이 없어 괜찮은데, 삭풍이 몰아치는 계곡위나 능선을 넘을때의 맞부딪치는 바람끝은 코끝과 볼따기를 오려내는것 같은 지독함으로 자동적으로 양손바닥이 볼을 감싸고 있음을 본다. 주머니에 몇장 넣어 두었던 휴지로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을 닦아 내기도 바쁘다. 한번 사용했던 휴지를 다시 꺼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벌써 얼어서 굳어 있는것을 금방 느끼게 한다. 그래도 꺼내서 다시 펴서 또 사용하고.....
너무나 추워서 일까? 아니면 대원들의 입이 얼어 붙어서 일까? 평상시에는 끼리끼리 걸으면서 음악처럼 들리던 대화의 멜로디도 오늘은 거의 안들린다. 오늘도 여전히 한 여성 대원이 매주 그랬던것 처럼, 정성스러 그만그만한 크기로 잘라서 준비해온 망고 한조각을 맛있게 받아 먹었다. 이가 약간 시리다. 그녀가 그렇게 나누어 주는것은 Break time을 의미 하는것이다. 리더되시는분의 설명에 의하면 오늘도 같이 걷는 대원들의 수가 51명이라고 한다. 산행팀으로서는 대식구인 셈이다. 나도 보온병에서 준비해간 옥수수차를 꺼내 목을 추겼다. 구수하다. 대원들의 얼굴모습을 잠깐 Scan해 본다. 추워서 허리를 꼬부리기는 커녕, 모두가 늠름하게 새해 첫산행의 맛을 만끽하는 곳곳한 자세들같다. 마스크를 한대원, 얼굴전체를 눈만 내놓고 수건같은 것으로 둘러치고 그위에 윗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 대원..... 추위와는 무관한(?)것 같은 모습들이다. 얼굴을 둘러싼 바람막이 수건과 코에서 하얗게 뿜어대는 연기 빼고는 말이다.
오늘은 Noona와 같이 속도를 맞추어 걷기에, 다른때 같이 걷던 대원들과의 합류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걸으면서 다른대오에 끼어 아마도 선두구룹에서 걷고 있는것 같다. 앞서걷던 대원들의 긴행렬이 계곡밑에서 위로 향해 걷는 모습이 나의 눈에는 장관으로 보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디카를 눌러 보았다. 그리고 또 눌렀다. 계곡밑바닥을 따라 흘러가는 물소리와 얼었던 Ice가 갈라질때 나오는 소리가 '아 오늘은 너무나 춥다'라고 소리 지는것 같이 들린다. 계곡을 오르고 내릴때 그녀를 뒤에서 유심히 보았지만, 쌓인 눈이나 빙판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거의 볼수가 없다. 확실히 Crampon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것 같다. 나는 Crampon착용없이 걸을만 하다. 어렸을때 군에서 배운 Know-how가 지금도 몸속에서 작용해서 일까? 앙상한 나무끝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속을 지나 끝없는 하늘을 잠시 응시해 본다. 나무들의 끝가지는 여유있게 휘청거리고 있다. "삭풍은 나무가지 끝에 불고....."라는 옛시인의 시 한마디가 오버랩된다.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늘그곳은 회색으로 보인다. 그회색이 땅에 사뿐이 내려 앉은 다음에는 하얀색으로 변하여, 온천지를 깨끗하게 해주는 자연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하다. 오늘따라 신비롭게 느껴진다. 자연의 순환. 그속에 뛰어들어 그위를 밟으면서, 자연을 음미하고 체력을 단련하기위한 발걸음을 계속 내딛는다.
보온병에 넣어온 볶은밥은 아직도 따뜻하다. 앞서서 걷던 대열과 우리 부부는 회귀점 도착 10 여분을 앞두고,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 걷기 시작한후 점심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보온병에 있는 옥수수차도 따끈하다. 한사람몫에 맞는 아주 조그만 보온병을 우리 부부는 항상 두개씩 백팩에 넣고 온다. 밥과 음료수, 그것은 추위를 지켜주고, 몸을 지탱해 주는 에너지의 원천인 셈이다. 그녀의 걷는 속도가 선두구룹 대원들보다 조금 느리기 때문에, 오늘은 그것을 계산해서 미리 그대열에서 이탈하여 먼저 방향을 바꾼것이다. 옳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확신된다. 행여나 늦어서 Car Pool한 대원들에게 기다리게 했다면..... 그런일은 없을것 같아 안심이다.
코끝과 얼굴은 차거워도 몸속에서는 뎌운열이 계속 발산하여 단추를 풀고 공기를 순환시켜 보기도 했다. 산뜻한 기분이다.
마지막 계곡의 언덕을 넘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 아래를 처다봤다. 주차장에 서 있는 우리대원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보였다. 마치 자기네들의 주인장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옛날 마차의 모습들 처럼..... 그뒤의 건너편 계곡에는 스키 슬로푸가 보인다. 한두명씩의 스키어들이 하강하는 모습이 아스라히 보이기도 한다.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완수 했구나 라는 편안한 마음이다. 상쾌하다. 그녀가 나보고 그곳 스키장을 쳐다보고 서 있어 보란다. 그리고 디카를 달래면서 몇장 찰칵해 준다. 멋있다고 좋아 한다. 두툼한 옷에 두툼한 신발에, 눌러쓴 모자에..... 그모습이 아름다울수가 없는것 분명한데, 그녀는 멋있다고 거드러준다.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뿌듯한 그녀의 표시로 나는 이해를 했다. 우리 부부가 몇분 먼저 다른 대원들 보다 일찍 도착하여 기다렸다. 오정을 막지난 햇살이 따뜻하게 우리가 앉아 있는 차창속으로 들어와 앉아있는 우리를 포근하게 도와준다. 이맛에 별수 없이 다음주에도 나는 또 백팩을 꾸릴것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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