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05, 2008

겨울이 피부에 차겁게 부딪친다. 아침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호수가에는 때아닌 갈메기떼들이 이른 아침부터 군무를 치고 있다. 하늘은 회색으로 보이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자연색이기도 하다. 겨울의 상징이니까. 손에 장갑도 끼고, 또 두툼한 잠바도 입고, 아내가 사용할려고 얼마전 구입한 겨울용 모자도, 아내가 사용해도 좋다고 양해를 해줘 그걸 뒤집어 쓰고, 겨울이 시작되여 다른 Activity가 없을때는 거의 매일 아침에 창문너머로 보이는 Humber bay West 공원을 걷기위해, 이미 준비를 마친 아내와 같이 신발을 신는다. 여름이면 그렇게도 시간에 관계없이 많이 지나치던 그많던 산책객들은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 진다. 코에서 내 뿜는 코김과 입김은 하얗게 변해 연기처럼 흩어진다. 장갑을 끼었지만, 손끝이 약간은 시렵다. 어깨가 여름처럼 확 펴지지는 않는것은 차거운 겨울을 상징하는 것일까? 어깨를 확 펴고 걸기를 계속한다. 하얀연기는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마침 떠오르는 태양은 따스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차겁게 느껴질 정도로 멀리 떨어져, 호수가의 수평선위를 박차고 솟아 오르지만, 주위는 아직도 어스름한 분위기여서, 더욱 긴 캐나다 겨울이라는 긴 터널을 언제쯤 다 통과하게될까?를 다급하게 계산해 보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뒤떨어지는 아내를 좀더 속도를 내서 걸어야 효과가 좋다고 나혼자 생각해낸 말을 그녀에게 던지면서 보조를 맞추도록 부추긴다. 그녀도 차겁고 무거운 겨울을 걷는 속도에서 느끼고 있는것 같다. 세계를 지금 강타하고 있는 경제공황의 여파가, 초겨울의 체감온도를 더 내려앉게 하고도 남게하고 있는 증거일까? 오늘따라 스치는 산책객이 아무도 안보인다. 언론과 미디어는 시간을 다투어 어려워지는 경제형편을 보도 하고, 실직자의 숫자가 지난달에는 예상을 휠씬 상회하여, 몇년만에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고 떠들어 대고 있고, 미국의 Big 3의 총수는 벌써 며칠째, 미국회에 나와서 파산되지 않게 금융구제를 해 달라고 애걸하고(자그만치 320억 달러)있고, 캐나다 또한, Big 3의 새끼회사들이 똑 같은 식으로 캐나다 정부에 구걸을 하고 있고, 들리는 뉴스는 또 어느큰 회사가 감원을 나타내는 핑크스립을 나누어 주었다는,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경제실책이 현정부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야3당이 정치적 쿠테타를 시도 하려다 실패한,그런류의 소식이, 이렇게 초겨울의 체감온도를 더 꽁꽁 얼어붙게해서, 이 아침에 산책객이 얼어붙은 손발을 집에서 녹이고 있느라 산책을 포기한것같이도 느껴진다.
지금 같이 걷고 있는 아내는 뭘 생각하면서 발길을 옮기고 있을까? 머리속은 복잡하다. 며칠전 콘도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가 전화를 걸어와 받아 보았더니, 남편이 실직이 되였는데, 다행히도 바로 다른 회사에 취직은 되였는데, 통장에 돈이 없으니, 수표를 입금시키는것을 5일간 느추어 달라는 사정을 얘기하기에, 안된다고 할수가 없어 그렇게 하겠노라고 한 날이 오늘이다. 그런데도 오늘 은행에 그수표를 입금시켜야 할지 아니면 늦추어야 할지 나도 갈팡질팡이다. 불경기의 여파가 이렇게 나에게도 불어 닦침을 낸들 어떻게 거부할수 있겠는가. 참 한세상 사는 인생, 쉽지가 않음을 여러고비를 넘기면서 곱씹어 본다. 아내가 두꺼운 바지를 입으라고 해서 입고 걷기는 하지만, 그래도 찬기운이 아랫도리를 감싼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확실히 더 길어질것으로 느껴진다. 카테지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들은 괜찮을까? 그들중 한명은 우리가 카테지 생활을 접고 토론토로 내려올때, 실직하여 다른 일을 찾아 헤메면서 닦치는 데로 일을 찾아 뛰고 있는것을 보고 왔었는데.....
집세가 제때에 안들어 오면, 나 또한 여러모로 영향을 받는다.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 먹이사슬(Food Chain)이 존재하고 있어, 그사슬이 끊어지면 동물의 세계에 혼동이 일어나는것 처럼 말이다. 바로 옆에서 출렁이는 온타리오 호수에는 한떼의 기러기들이 거북선 처럼 물위에 떠서 먹이를 찾고 있다. 그들은 경제공황을 전연 못느끼고, 그래서 추위도 없어 보이는것 같이 보이고, 오히려 여유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나도 그들처럼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겨울이었으면 좋을텐데.... 세들어 사는 세입자에 비하면 그래도 나는 형편이 낳은 편이니까, 기러기들을 너무나 부러워 하지는 말자. 되돌아 오는길에 한산책객이 스친다. 그녀는 조그만 개를 데리고 걷는다. 개는 맨발이다. 졸랑졸랑 뛰듯하면서, 목에 걸려 있는 줄이 목을 조여오는것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종종종 뒤를 바쁘게 따르는것 같다. 그산책객은 개를 분명히 사랑하기에 같이 한식구처럼 지내고 있을텐데..... 좀은 이해가 안될려고 한다. 주인과 개의 관계를 처음보는것도 아닌데....
아내가 백사장 물가에 떠 있는 기러기떼 옆으로 다가가, 뭔가를 주섬주섬 찾아 손을 놀린다.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물결에 긴세월을 부대낀후 곱게 다듬어진 조약돌을 줍는것 아닐까? 그렇게 내 편하게 생각하면서..... 빨리 걷기를 계속하자고 손짖을 해 본다. 어느새 몸이 달구어져 추운기운은 사라지고, 조금은 잠바의 윗단추를 풀어보는 여유가 생긴다. 추운, 그래서 몸까지 움추러 드는 그런속에서 계속 걸으니까 몸에 열이 올라, 추위를 이겨내는 여유를 느끼는것 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순리에 따라 잘 풀려가는, 염원을 하늘에 쏘아본다. 손수 끓인 커피를, 아내에게 한컵, 그리고 나도 한컵 나누어서 우선 코끝에서 그향을 음미해 본다. 따근한 커피 한잔의 향과 맛이, 어깨를 펴고 산책을 강행한 대가를,선물로 입을 감싸준다. 산책을 끝내고 안락한 소파에 앉아 한모금 넘기는 순간의 그맛, 산책의 진한 의미가 그속에 깊이 묻혀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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