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펀드 사기꾼들의 로비 실상이 담긴 내부 문건을 압수 수색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문건에는 청와대(5명)와 국회의원(5명), 민주당(3명) 등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나와 있다. 7월에는 펀드 관계자가 다른 문건을 스스로 제출했다.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참여” “펀드 설정·운용 과정에 관여”라고 돼 있는 문건이다. 이 사건이 단순 펀드 사기가 아니라 ‘권력형 게이트’일 수 있다는 중요 단서다. 하지만 수사팀은 추가 수사는커녕 문건 확보 사실조차 대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권을 지키려고 숨긴 것이다. 펀드 관련자들은 수사팀에 금감원 국장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런데 이 진술은 정식 조서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역시 일부러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범죄를 은폐하려고 진술 조서를 조작하는 일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사건에 이어 또 드러났다. 누구 지시인지 밝혀내야 한다.

8일 법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라고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한 라임 펀드 전주(錢主) 김봉현씨는 오래전부터 검찰에서 똑같은 진술을 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은 브로커를 기소한 뒤 3개월이 되도록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 심지어 검찰총장마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황당한 일이 이 정권 검찰에선 계속 벌어진다. 검찰은 김씨가 브로커에게 돈 준 장면을 담은 호텔 CCTV까지 확보했지만 브로커가 “강 전 수석에게 돈 준 적 없다”고 부인하자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수사가 아니라 범죄 비호다. 검찰 안팎에선 김씨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다른 청와대 핵심 실세에게도 로비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역시 수사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대체 얼마나 덮고 뭉갰는가.

추미애 장관은 취임 10개월 만에 네 차례나 검찰 인사를 했다. 정권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들의 수사권을 뺏고 정권 편 검사들을 요직에 채웠다. 그 인사에서 옵티머스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되고 부장검사는 라임 사건 지휘 차장으로 승진했다. 라임 사건 담당 간부도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유가 뭐겠나. 책임지고 끝까지 덮고 조작하라는 것이다.

보좌관에게 아들 부대 지원장교(대위)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추 장관은 “지시로 볼 수 없다”는 어이없는 사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란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허위 불법 선거공보물 수만 장을 돌리고, 유권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허위 사실을 대놓고 유포해도 줄줄이 무혐의를 받는다.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 선거 공작, 어용 방송과 검사들이 합작해 벌인 ‘검·언 유착’ 조작,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수사는 몇 달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뭉갠다. 정권 편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 정권에 의해 ‘검찰 개혁' 당한 검사들이 벌이는 은폐 조작 범죄다.

그제 37년 차 최고참 검사인 정명호 서울고검 검사가 정년을 맞아 퇴임하면서 “지금 검찰의 내부 갈등, 분열은 검찰에 몸담은 이후 처음 겪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무도한 권력이 진실을 잠시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덮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