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서 국가채무 얼마나 늘었나
역대 정부에서 국가채무 얼마나 늘었나

◇형편 안 돼도… 일단 쓰고 보자는 정부

1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과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우리 정부가 109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6.7%까지 오르게 된다. 올해 세 차례 추경 예산안을 편성했는데도 경제가 본궤도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9조2000억원 줄어드는데 지출은 43조원(8.5%)이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난 뒤에도 빚더미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각종 복지 지출과 ‘한국판 뉴딜’ 등 다음 정부에서 지출해야 할 항목까지 미리 무더기로 정해 놓은 탓에 다음 정부에서도 100조원대 수퍼 적자 재정이 지속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건전 재정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를 훌쩍 넘어 -5%대 재정 적자가 만성화하는 시대가 된다. 이에 따라 국가 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처음 넘은 뒤 2년 뒤인 2024년에는 1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했다. 건국 후 단 한 번도 40%를 넘지 않았던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처음 40%를 넘어선 뒤 2024년에는 60%에 근접하게 된다.

◇야당 땐 누구보다 나라 곳간 걱정하더니

야당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누구보다 강경한 재정 파수꾼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지출을 3% 늘리는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국가 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2016년 국가 부채 증가율을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자는 ‘부채 제한법’까지 발의했었다.

그러나 집권 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장차 어려울 때를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지적에 문 대통령은 “채무 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되물었고,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재정을 곳간에 두면 썩는다”고 했다.

집권 후 처음 편성한 2018년 예산안에서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 정책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며 지출 증가율 7.1%짜리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음 해엔 “우리 경제와 사회가 구조적인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출을 9.5% 늘렸다. 그다음 해엔 “경제 활력 회복 의지를 지원해야 한다”며 9.1%를 또 늘렸다.

지난해까지 어느 정도 경제가 버텨줄 때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동반한 정부 지출 급증이 그나마 감당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로 경제가 무너지고 돈 쓸 곳이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현 정부는 나라 살림을 체계적으로 꾸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국가 재정 운용 계획조차 사실상 무력화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발표한 ’2017~2021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서는 2021년 재정 적자 목표가 2.1%였지만 올해 내놓은 계획에서는 5.4%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향후 저출산·고령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데 정부가 재정 적자나 국가 채무를 너무 급격히 늘려나가고 있다”며 “계속 재정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서 민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국가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