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측은 ‘특별 회차’까지 만들어가며 화장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사망자가 쏟아지는 속도가 더 가팔라 역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하루 동안 승화원에서 화장하는 시신 숫자는 131구다. 지난달 중순까지 이곳에서 태워지는 시신은 하루에 90구 꼴이었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가동 시간을 연장해 처리 시신 수를 40구 더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시립승화원의 예약은 26일 오후 9시까지 모두 차 있었다. 이날 숨진 고인을 화장하려면, 최소 5일 뒤에야 화장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강원 지역으로 시신을 옮겨 화장할 수도 있지만, 이 지역 ‘관외 예약’도 이미 주말까지 모두 예약된 상태다.

부모사랑상조 장례지도사 이정민씨는 “요즘은 6일장이 평균이고, 7일장도 심심찮게 있다”면서 “4~5일장은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 장례 일정은 유족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일정에 맞춰서 진행된다”고 했다. 프리드라이프 장현화 의전팀장은 “근래 장례 절차를 보면 화장장 일정이 잡히고 난 뒤, 선(先) 안치 후(後) 장례를 치르는 경우와, 선 장례 후 안치를 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했다.

22일 서울시립승화원의 한 유족이 6일 전 돌아가신 고인의 화장장 일정을 잡기까지 과정을 기록해놓은 메모지.
22일 서울시립승화원의 한 유족이 6일 전 돌아가신 고인의 화장장 일정을 잡기까지 과정을 기록해놓은 메모지.

일부 장례식장의 경우 빈소와 시신 안치 과정을 세트로 묶어놓은 탓에, 유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내가며 실제 빈소를 6~7일씩 열어놓기도 했다.

지난 17일 아버지를 떠나 보낸 상주인 장남 이태경(63)씨는 ‘오롯이’ 6일장을 치렀다. 장례식장도 부친 사망 12시간만에 겨우 구했는데, 병원 장례식장 측에선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치실을 따로 내줄 수 없다”고 전해왔다. 장례 절차를 마친 뒤 냉동고에 며칠 간 안치한 뒤 화장장 일정에 맞춰 발인하려던 계획이 어긋났다. 장례식장과 안치실 등 이용비용은 하루에 110만원 꼴이었고, 이는 상주인 이씨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코로나로 장례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편한 마음이 든 건 사실이다.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다”고 했다.

화장장 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거듭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전국 모든 화장시설에서 1기당 5회 안팎으로 운영하던 화장로를 최대 7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조례 등에 따라 금지한 관할지역 외 사망자 화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또 향후 사망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의료기관과 장례식장 및 화장장 등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안치냉장고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냉장 컴프레셔를 이용한 임시 저온 안치실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