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실제 마음만 먹으면 범여권 180석 의석과 법사위원장직을 무기로 ‘검수완박’ 입법을 완성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한 법안은 법사위 소관 법률이라 법사위만 통과하면 본회의 직행이 가능하다. 법사위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전체 18명 중 1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이 합법적인 의사 진행 지연 수단인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해도 무소속 의원 사보임 등의 ‘꼼수’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며 “합의 처리를 중시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마지막 허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졌기 때문에 실행 의지의 문제만 남아 있다”며 “우리 지지층의 열렬한 요구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당이 추진하는 일에 제동을 걸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때 “4월 국회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추가 경정 예산 같은 민생 안건이 많다”면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부르짖을 때 우리는 집권 여당으로서 묵묵히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 독주로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이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으로 기대하지만, 거꾸로 대선에 패하고도 ‘입법 독주’를 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란 취지다. 대통령직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에게 심판을 받고도 민주당 강경파는 검수완박만 외치고 있다”며 윤 비대위원장이 검수완박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불만이 먼저 터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온건파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수적 우세를 내세운 무리한 입법은 도움이 안 된다”며 “180석 집권 여당 시절에 못 한 것을 이제 와서 무슨 명분으로 추진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당직을 맡고 있는 또 다른 의원은 “아까운 패배에 뿔이 나있는 열성 지지층에 보조를 맞추는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검수완박’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층을 선거장에 끌어내려면 이른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대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당심을 추스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