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평등하지 않았다. 집값 급등은 청년들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켰고, 일자리 참사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국민 아닌 조국에게 “미안하다”는 대통령을 보며 사람들은 공정의 가치마저 내로남불이 된 세상을 목격하게 됐다.

이재명 후보 역시 불공정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가 설계했다는 ‘대장동’은 공공 이익 수천억 원을 업자에게 넘겨준 희대의 스캔들이었다. 이 후보가 부인하면 할수록 더 깊숙이 대장동의 늪에 빠져들었다. 열세를 만회하려 통합 정부론이며 대장동 특검까지 온갖 카드를 다 꺼내 들었지만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여론은 한 번도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내내 “정권 교체”만 줄기차게 외쳤다. 정권 교체론 하나로 선거를 이겼다.

윤 당선인의 ‘억세게 좋은 운’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으로 부동산·탈원전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장동 스캔들, 주변 인물의 잇따른 사망, 법카 유용, 불법 의전처럼 상대방을 괴롭히는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져 반사이익을 누렸다.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이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윤 당선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행운이 그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그러나 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득권이 된 운동권 좌파의 내부 모순이 곪아 터져 표출된 필연적 결과다. 법치 무시, 공·사 혼동, 내로남불 위선, 편 가르기 갈등 정치, 이념 편향, 친북·친중 사대 본능 등이 쌓이고 쌓여 정권 교체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좌파 권력이 자기모순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다. 적폐가 된 ‘사이비 진보’는 퇴장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의 메시지다. 아슬아슬하게 졌다는 이유로 좌파 5년의 흑(黑)역사까지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끌어내 국가 경영을 맡긴 시대정신이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좌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0.7%포인트 차로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집단 지성이 오묘하다. 오만하게 굴지 말고 독선 부리지 말고 불통하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