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의 회원들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에 침묵한 여성 시민단체를 규탄하면서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시민단체에 지급한 세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 장련성 기자
1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의 회원들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에 침묵한 여성 시민단체를 규탄하면서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시민단체에 지급한 세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 장련성 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서울시가 시민단체 공모 사업에 총 7111억원을 줬다고 한다. 2016년엔 641억원이었는데 2020년 235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원 단체 수도 1433곳에서 3339곳으로 늘었다. 서울시의회 야당 의원이 밝힌 바로는 서울시가 시민단체 지원 전담기구인 ‘중간지원조직’까지 만들었고 그 운영도 시민단체에 맡겼다고 한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는 2014~20년 332억원을, ‘NPO(비영리조직) 지원센터’는 134억원을 썼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일이다.

박 전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발판으로 서울시장에 3연임 했다. 서울시 지원을 받은 단체 상당수가 박 전 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박 전 시장의 시민단체 활동 시절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관여한 단체들이다. 박 전 시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2015년 세운 단체는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운영권, 잠수교 모래 해변 조성 사업 등 수십억원씩 들어가는 서울시 사업을 9개나 따냈다. 박 전 시장이 감사를 지내기도 했던 환경단체는 2017년 운영비 85억원에 서울숲 공원 운영을 위탁받았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1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태양광 사업은 운동권 먹이사슬의 하나였다. 구속된 허인회씨의 녹색드림협동조합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미니 발전소 사업 25건을 따냈는데, 당시 SH 사장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었다.

박 전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을 갖고 시민단체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정도였는지는 몰랐다. 서울시와 시민단체는 재정 지원과 정치적 지지를 주고받는 공생(共生) 관계였던 것이다. 시민단체가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권력에 기생(寄生)하면서 시민 세금을 빨아먹고 있었다. 2017년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경우 모든 자치구에서 공통적으로 지도 점검을 하지 않아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흑막을 모두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박 전 시장 재임기인 2014년 이후 서울시 5급 이상 개방형 직위, 별정직 보좌진, 서울시 산하기관 임원 666명 가운데 시민단체와 여당 출신이 25%인 168명에 달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특히 비서실 등에 근무한 이른바 ‘6층 사람들’은 동료 직원이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는데도 못 본 척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이 보낸) 속옷 사진과 문자도 보여주는 등 4년 넘게 20여명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이 농락하고 농단한 서울시에서 피해자의 호소는 봉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말은 남에게 꺼내기 힘든 부끄러운 말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