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정부 지출이 경제 수요를 창출한다는 ‘승수(乘數) 효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한국의 승수 효과가 1에 못 미친다는 것이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에서 재삼 입증됐다. 100원을 써도 70~80원의 효과 밖에 안 난다는 뜻이다. 우리 같은 성숙 단계 경제에선 도리어 정부 지출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구축(crowding out) 효과’가 크다는 게 경제학 정설로 돼있다. 지출 확대를 위해 나랏빚을 늘리면 금리가 상승하고 이것이 소비·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이 가계와 소상공인 부담을 키우는 역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가 ‘구축 효과’까지 극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

이 후보는 정부가 앞장서 디지털 전환 같은 전략 분야를 키우겠다고 한다.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자는 그의 문제 의식에 동의한다. 그러나 ‘국가 주도’란 명분 아래 개입과 간섭을 일상화한다면 그나마 있는 성장 동력마저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선수’ 아닌 ‘심판’이다. 혁신을 막는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고 민간 활력이 살아날 환경을 정비해주는 것이다. 성장을 말하면서도 이 후보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개혁, 노동개혁에 침묵하고 있다. 기업인을 공포에 몰아넣는 중대재해처벌법, 연구·개발자들을 사무실에서 내쫓는 주 52시간제도 수정·보완하지 않겠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노동 환경, 가장 폐쇄적인 기업 규제를 놓아두고 5대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에 다름 아니다.

이 후보는 유능함을 선거 포인트로 내세운다. 그런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공약집은 정부가 총대 메고 돈 찍어 뿌린다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고 국민 지갑도 채워준다는 ‘소주성’의 확장판과도 같다. 이 후보는 차별화를 외치지만 경제에 관한 한 ‘문 정부 시즌 2′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