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지난 13일 열린 제1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에드윈 퓰너(왼쪽)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옹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지난 13일 열린 제1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에드윈 퓰너(왼쪽)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옹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ALC서 에드윈 퓰너-이재용 포옹 화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나에게 와락 와서 안기더라.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였다. 우리는 정말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조선일보가 13~14일 주최한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한 장 있다. 개막식에서 이재용(54) 삼성전자 부회장이 에드윈 퓰너(81) 미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격한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오전에 릴리즈되자마자 포털 뉴스에 도배됐고, 다음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지면을 장식했다.

14일 ALC가 열린 신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퓰너 창립자는 “지인(知人)들이 안 그래도 나와 JY가 포옹하는 사진을 계속 보내오더라”며 핸드폰 화면을 손에 자랑스럽게 들어 올려보였다. 그는 “갑자기 누군가 와서 안기길래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재용’이었다”며 “우린 정말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작년. 이 부회장이 작고한 고(故) 이건희 회장(1942~2020)을 기리기 위해 던힐(Dunhill)사의 만년필 20개를 주문 제작했는데, 그 중 하나를 부친과 인연이 깊은 퓰너 창립자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퓰너 창립자는 1941년생이고 이 부회장은 1968년생이다. 부자(父子)뻘인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 격한 포옹을 할 정도로 가감이 없는 이유는 퓰너 창립자와 삼성가(家) 사이 3대에 걸친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헤리티지재단은 1970년대에 워싱턴DC에 세워진 싱크탱크로, 미 보수 진영의 정책 개발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퓰너 창립자도 지금은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1980년대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미국 보수의 황금시대에는 “보수주의라는 거대한 도시의 판테온(신전)”(뉴욕타임스)이라 불렸다.

헤리티지재단은 1995년부터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1910~1987)를 기리는 ‘이병철 강의(B.C. LEE lecture)’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주로 국제관계나 외교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데, 재단 이사장이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이벤트”라고 소개할 정도다. 헨리 키신저·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등이 역대 연사였고 지난해 7월 열린 행사에서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연사로 참석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강의했다. 워싱턴DC 캐피톨 힐(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사무실 꼭대기층에 있는 방 이름이 ‘이병철룸’일 정도다.

퓰너 창립자는 이건희 회장과도 각별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자주 서울을 찾으면서 이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등에 소개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도록 도움을 줬다. 이 회장이 생전에 “아들(이재용 부회장)이 헤리티지재단에서 일하며 워싱턴을 배울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 재단의 영광”이라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자 이 회장이 두팔을 벌려 포옹했는데, 퓰너 창립자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그가 눈물을 다 흘리더라”고 했다. 포옹도 대(代)를 이어 한 셈이다.

지난 2020년 11월 이 회장이 별세했을 때는 추도사를 보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의 낙천적인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는 한미동맹,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 진정한 비전을 가진 뛰어난 기업가이자 통찰력 있는 리더였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전 미 부통령이 지난해 7월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이병철 강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 유튜브
마이크 펜스 전 미 부통령이 지난해 7월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이병철 강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