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10, 2011

10월26일 수요일 오전, 동촌리 고삿길과, 막잡아온 농어,전복,소라,멍개맛, 서편제 촬영지에서 고향의 맛을 찐하게 느끼다.

















































10월26일 수요일 오전, 동촌리 고삿길과, 막잡아온 농어,전복,소라,멍개맛, 서편제 촬영지에서 고향의 맛을 찐하게 느끼다.

새벽에 동네 고삿길을 혼자 거닐어본다. 동네의 왼쪽은 포구로 활짝 튀여 있었고, 나머지 세방향은 얕은산, 즉섬으로 둘러쳐져 있고, 동네집들은 색색갈의 양철지붕과 기와지붕으로 단장되여 있었다. 고삿길은 시멘트로 Pavement가되여 옛날 새마을운동할때의 옛기분이 되살아나게 하고도 남으며, 그옛날 어렸을때의 기억이 하나하나 여기서 되살아 난다.
동네삽살개두마리가 낯설은 객인 나를 보고 뻔히 쳐다 보면서, 짖어야할까? 말까?를 망설이다 이동네를 찾아온 관광객(?)으로 인식했는지 '멍'한번하고 울음을 그친다. 이모습역시 정겹다. 보는 마음을 아프게 한부분도 있었다. 폐가가 된집이 문짝이 떨어지고 마당은 풀이우거지고 어지럽게 널려있다. 젊은이들이 힘들고, 그들의 눈높이로 봤을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향에서 젊음을 보내야할 이유가 없기에, 그옛날 내가 고향을 등치고 학교다닌다고 떠난것, 처럼 꿈을 찾아 타향으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집들이 다시 활기를 찾을때 진정한 잘사는 농촌과 어촌이 될것이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면서, 나같은 떠돌이 인생이 앞으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옛날 내가 살았던 고향은 고삿길이 좁았었다. 이곳도 조건이 더 좋았을리는 없었겠지만, 지금은 약간 넓어져, 경운기가 동네의 교통수단과 농사일을 돕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갑자기 동네 이장댁(?)으로 부터 확성기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귀를 기울여 보았다. 내용은 오늘은 노인의날로 동네 노인당에서 잔치가 벌어질계획이니, 한분도 빠지지 마시고 아침을 마친후 참석해 달라는 광고였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도 환영한다고 한마디 덧부친다. 동네에서 만난 동네분들은 거의가 다 노인들이었다.

동네 모정은 잘 단장되여 여름철이면 더운 햇볕을 피해 낯잠한소금자기에 안성마춤으로 아담하고 깨끗하게 꾸며져 있고, 마루바닥 한가운데에는 동네의 모든 악귀를 막아준다는 큰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옛생각하나하나가 선명히 되살아나게 해준다. 느티나무가 너무나 늙었는지 밑둥이 썩어가는것을 막기위해 시멘트로 썩어들어가는 Trunk안에 도배를 하기도한 정성을 볼수 있었다.

조국산천이, 물론 한반도가 산악지역이라는것을 어렴푸시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확트인곳 하나 볼수 없을 정도로 산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는것을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부터 본 고국산하의 전경이다. 확트인 넓은 바닥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니 더 쉽게 비교가 되고 또느꼈나 보다.

민박집 아줌마가 이곳은 '돌담길동네'라고 하기에 그뜻이 무엇인가?라고 의아해 했었다. 동네고삿길을 걸으면서 울타리가 전부 돌로 싸아올린 것이었음을 알았다. 삼다의 제주도에 돌담길이 많았음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곳도 제주도와 많이 닮은것 같다. 이동네가 생겨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지가 무척 오래됐다는 증거이기도 한것같다. 얼마나 많은 손길이 여기 돌담길에 묻혀 있을까?
지계로 날아다 한개한개씩 쌓았을텐데...... 고생했을 그때를 어렴푸시 그려본다. 고달팠을 선조들의 삶.

집마당 평상에 수확한 호박들이 우리일행을 반기듯이 노란색으로 모습을 자랑하는것 같이 보였다. 모두가 한마디씩을, '떡을 해먹었으면 좋겠다, 호박죽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하는 도시여인네들의 심정을 금새 알아차린 민박집 아주머니가 "한덩이씩 가지고 가세요"라고 하면서 마음에 드는 호박을 고르라고 한다. 여름내내 고생하여 수확한것인데.....라고 하면서 수고비를 내려고 하자 손을 절래절래 흔들면서 "왜 사람인심을 그렇게 고약하게 만들려고 한다요. 갖다가 잘 잡수시요"다. 사람사는 냄새와 인심이라는것을 깊이느끼게 한다. 모두가 한덩이씩 골라서 손에 든다. 나는 괜히 마음이 포근해 진다.

'범바위'라는 남쪽끝에 있는 산봉우리는 마치 범머리모양으로 위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옆에는 쉼터의 공간을 만들어 힘들게 올라온 관광객들을 쉬게할수 있게 해주었다. 포구에서 꾸불꾸불한 길을 한참달려 올라온것이다. 정상에 있는 쉼터에는 빨간 우체통이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하듯이 세워져 있었다. "여기에 넣은 편지는 1년후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배달됩니다." 라고 의미를 던저주고 있었다. 청산도의 관광 모토가 "슬로우 시티(Slow City)"라는것과 연관되는것 같다. 빨리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치면 청산도 고유의 맛과 향기를 느낄수 없고, 세월과 시간을 의식치 않고 한발짝 움직이고 주위를 보고 또 한발짝 떼고 옆과 앞을 보아야만 깊은 내면을 느낄수 있다는 섬 청산도를 잘 나타내주는 한마디 '슬로우시티'. 남쪽 바다에는 가끔씩 큰 화물선과 그리고 어선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더 가깝게 보이는 바다에는 전복양식장이 잘 정돈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광경이 정겹다. 청산도라는 말의 뜻을 알것 같은 힌트를 얻었다. 청산도의 산에는 모두 소나무뿐으로 사시사철 푸른빛을 띠고 있기에 청산도라는 이름이 부쳐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날씨가 좋을때는 이곳 범바위에서 멀리 여수시와 제주도가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보지는 못했다.


당리코스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넓은 황토길이 위에서 부터 삐툴삐툴하게 이어져 있었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것같았기에 옆에 세워져 있는 Bulletin Board를 자세히 보았다. 아뿔사 이게 웬일인가. 토론토에서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서편제'가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설명되여 있었다. 마음이 시리도록 고향의 향기를 뿜어주었던 영화, 서편제가 여기서 촬영됐었단다. 이고삿길에서 의붓아버지와 딸이 창을 부르면서 마음의 자유를 얻어 새로운 삶을 찾은 기쁨에 덩실덩실 춤추는 그광경이 기억에서 환하게 되살아났다. 어찌보면 우리의 삶의 종착역도 이런관점에서 보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설명에 의하면 이곳의 경치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무려 5분30초나 Filming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한장면을 이렇게 길게 Filming한다는것은 매우 이례적인 기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수긍이 갔다.

포구에서는 막잡아온 생선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동안 친구들의 신세만 졌는데, Lunar가 한턱 쏘겠다고 하면서 밤새 낙시로 잡아온 농어와 전복, 소라 그리고 멍개를 듬뿍 샀다. 친구들이 안된다고 성화를 했지만, Lunar의 완강한 주장에 슬며시 물러나 Lunar에게 기회를 주어 싱싱한 생선회를 먹게 됐다. 선착장에서 관광안내를 맡고 있던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께서 생선을 파는 아줌씨들과 잘 알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바로 옆에 있는 침상에서 회를 먹게 되여 있는 불편함을 그녀가 간파하고 이층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편하게 먹을수 있었고, 사양하는 그녀와 같이 합석을 하여 한잔의 소주에 곁들여 서울에서는 먹어볼수 없었던 농어회를 비롯한 푸짐한 회를 먹으면서 모두가 탄성이다. 회고추장에, 와사비를 곁들인 간장에 찍어먹는 생선회의 맛을 어디에 비교하랴. 잠깐 자리를 비웠던 숙자가 어느새 큰 접시에 푸짐한 회를 만들어 올라오고 있다. 주어먹느라 그녀가 밑에 내려간줄도 모르고 있었는데...'기왕에 먹는김에 입에서 회냄새가 진동할때까지 먹어 보자'라고 하면서 한가운데 내려 놓는다. 이러한 만남이 또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언약을 할수 없는 삶들이기 때문이리라. 이런곳에 안내해주고 가이드해주고, 운전해주고 어울려 놀게해준 친구부부들에게 고마움을 또 느낀다.

마음이 변하여 하루더 묵고싶은 생각이 들어 친구들에게 의견을 던졌더니 '이번여행의 주인공은 너희들이니까 전적으로 너희부부의 의견을 따르겠다'라고 해주어 친구들만 12시40분배편으로 완도로 떠났다. 이제부터는 우리부부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청산도에서 다시 Tour를 하게됐다. 우리부부의 마음을 읽어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들이 탄 배가 떠나는것을 배웅하고 우리는 어젯밤에 묵었던집에서 하루더 묵기로 하고, Back Pack을 그댁에 맡기고 우선 제1코스인 사랑길을 찾았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