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08, 2011

10월 21일, 삼십칠일째, 남산 산책로, 홍천의 친지 방문

























10월 21일, 삼십칠일째, 남산 산책로, 홍천의 친지 방문

아직 여명이 밝기 전인데, 남산 산책로를 걷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컴컴한 새벽길을 나섰다. 그래봐야 일행은 겨우 3명.
남자1명, 여자 2명 그분들은 매일 새벽에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남산 등산로를 걷는 일종의 Routine이지만, 나는 이번 서울에 와서 처음 걸어보는 것이다. 서울의 공기는 무척 맑아졌음을 느낄수 있었다. 산책로와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의 자세도 옛날과는 다르게 많이 성숙되여 있는것 같았다.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용산에 있는 미군부대자리를 제하고는 회색빛의 숲으로 단장되여 있는것 같았다. 자동차에서 내뿜었던 매연은 지금은 전연 없어 보였다. 같이 걷는 분들이 이민생활 정리하고 이제는 살기좋은 조국으로 돌아와 같이 남은 생을 보내자고 예찬론을 편다. 되돌아 오고 싶어도 생활 여건이 안되여 올수 없음을 이해하시라고 설명하면서, 예를 하나들어 그이유를 말해주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다 팔아서 이곳에 오게되면 아파트한채도 매입할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것이 바싸서, 그점이 되돌아오고 싶어하는 교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점을 설명해 주었더니 수긍하는 눈치다. 둘째로 역이민을 오게 되면 나는 또다시 이민자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점을 설명해주었다. 지난 40여년사이에 너무도 많이 변한 고국의 생활환경을 적응하기에는 심적 고통이 많이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들었더니 역시 수긍하는 눈치다. 그분들이 같이 살자고 하는, 고마운 마음을 어찌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삶은 꿈이 아닌 현실임을 직시할때, 나는 이미 캐나다 사람인것을 부인할수가 없었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으로 부터 삶을 이어받아 살아가야하는 길인것을 인정하지 않고 되돌리려 한다면 이제는 더큰 화를 면할수 없음을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통해서 인정할수밖에 없다. 좋든 싫던 간에....

오랫만에 옛친구를 만나는것은 또다른 설레임이 일게한다. 용산역의 자동 Ticket 구매기앞에서 설명서데로 지페를 기계에넣고 플라스틱 뻐스표에 충전을 시도했는데 서툴러서인지 충전이 안돼고 기계에 넣은 지폐가 다시 되돌아 나오기를 여러번, 하는수 없이 직원 호출 Button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라는 음성이 들리기에 '플라스틱 뻐스표에 충전을 할려고 시도했는데 잘안되네요. 도와 주세요' 라고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다시 응답이 왔다. 아릿다운 여자 역직원이 금방 어디서인가 달려와서 도와주어 충전을 시키고 뻐스표를 역안으로 들어가는 인식표에 입력했더니 파란불이 들어와 통과를 하는, 토론토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신기술의 맛을 보면서 플랫폼에 내려와, Lunar의 고교동창 3명과 함께 시발역인 용산에서 종착역인 용문행 기차를 타고,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서울의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열차의 차창밖으로 보여지는 한강변의 모습은 어느것 하나 옛모습을 찾아 볼수가 없을 정도로 크게 변화되고, 발전되여 있음을 보여주면서 미끄러져 간다. 용산역에서 청량리역까지는 옛날에는 교외선의 일부 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개념은 전연 없어 보였다. 깨끗한 객차. 성숙된 시민들의 공공질서....옛날의 기억으로는 청량리역에서 부터는 중앙선을 이용하여 용문을 갔었는데, 지금은 수도권 전철의 일구간으로 용문까지 수시로 다닌다고 한다. 남산해방촌의 L, 시흥의 H, 그리고 분당의P,모두가 Lunar의 어렸을적부터의 단짝 친구로 알고 있고, 그들의 남편들과도 35년 이상을 같이 어울려 Fellowship을 나누고 있는 고마운 친지분들인데, 오늘은 L과 H의 남편분들은 다른 피치못할 행사가 있어 같이 동행을 하지는 못했다.

용문역에는 친구부부가 홍천에서 부터 차를 몰고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히 맞이한다. Lunar 친구와 남편 S형은 여전히 건강해 보였고, 특유의 너털웃음과 개그로 일행을 모두 웃게하면서 주차장으로 앞서간다. 용문역은 현대식건물로 새로 건축되여 Open한지가 일년여 밖에 안된다고 설명해준다. 주위경관은 모두가 현대식으로 바뀌어 그옛날 용문산 등산 다닐때의 모습은 전연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방향 감각도 전연 없다. 홍천까지 국도를 달리는 동안 주위의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주고 있었다. 홍천하면 산간벽지로만 생각되였던 나의 생각은, 고국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가를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무지의 소치임을 느낄수 있었다. 강원도 산간벽지로만 생각되였던 이곳이 이제는 도시가 되여 있다는 뜻이다.

국도변의 한 Street Plaza로 몰더니 차를 세운다. '윤정이네집'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 한다. 주인장에게 미리 예약을 해놓은듯싶게,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의 하천에서 낚아온 민물고기로 만든 매운탕이 나온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얼큰한 국물인가. 따지고 보면 나와 S형은 객인 셈인데, S형이 따라주는 소주한잔과 매운탕의 맛이 풍기는 그기분에 마치 우리 둘이 주객인것 처럼 좋아졌다. 지금은 내친구가 되다시피한 Lunar의 친구분들은 여자들 특유의 입담들이 끝이없이 이어지고..... 친구는, 그것도 어렸을적 친구가, 내일 모레 70살을 앞둔 이순간에도 어린때의 그시절로 돌아가는 마술이 계속되게 하는것 같다. 그들의 대화속에 첨범 뛰어들어 한마디를 걸치는 S형의 익살에 좌중은 꿈많던 소년소녀들의 그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잘마시지도 못하는 소주한병이 금방 없어져 버렸다. 기분으로는 한잔밖에 목구멍에 넘기지 않은것 같은데.....

S형부부는 서울에서 젊어서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후 이곳 홍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삶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다. 처음 구입했을당시에는 다 쓸어져 가는 초가집 두채가 있는 산밑의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 새로 커다랗게 집을 짖고, 집옆에 있는 빈터에서 봄 여름에는 채소를 가꾸고, 가끔씩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겨울에는 사냥을 다니고...멋있게 사는 분들이다. 정원에 들어서자 멧돼지 한마리가 돌진할 모양으로 서있는게 아닌가. 홍천산골이라서 멧돼지 출현인가? S형이 사냥나가서 잡은 멧돼지를 박재하여 집앞에 세워놓은것임을 한참후에야 알았다. 역시 S형만이 할수 있는 독특한 발상이다.

바로 옆에는 Vivaldi Park 유락시설이 있고, Time shared Condo.가 자리하고 있어, 지금은 분주한 휴양지로 변해버린, 바쁜 도시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한다. 바로 길건너에는 여름철에는 골프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이용되는 슬로프가 있어 휴양지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왼쪽의 넓은곳에는 Ocean world라는 큰 싸인이 아취형으로 세워져 있었다. 해변가의 정취를 풍기게 해주는 시설들이 잘되여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고 설명을 해준다. TV나 인터넷도 서울과 똑같이 써비스를 받아 하나도 불편한점이 없다고 한다. Cell phone 연결도 전부 Local요금이라고 했다. 토론토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나의 Cottage에서 long distance요금을 내고 있는것과 비교를 해보지 않을수 없다. 무척 편리하게 Infrastructure를 이용하고 있는것 실감했다.

Vivaldi Condo지역을 우리 일행은 S형부부의 안내로 초저녁에 둘러 보았다. Time shared Condo는 초호화판임을 알수 있었다. 넓고 위치가 좋은곳은 시가 20억이 넘는다고 한다. 얼른 보아도 25층 이상은 되여 보이는 큰 건물들이었다. Lobby에는 주말을 보낼려고 내려온 많은 사람들이 Check-in을 하고, 그앞의 지하에는 온갖유락시설이 잘갖추어져, 부모들과 같이 쉬러온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두운 밤이라서 자세한 자연경관을 볼수없었던게 좀 아쉬웠다. 단지안의 다른곳에서는 Flower로 전부가 단장되여 있어 살펴보았더니 가을철 꽃 Festival이 열리고 있었다. S형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이 일명 명동으로 불려지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동안 못했던 애기들로,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멈추어 있는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넋이 나가 있는것 같다.
웃음소리는 끝이지 않고, 켜놓은 TV는 저혼자서 떠들어 대고 있고......이렇게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은 얘기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밤을 지새울 모양이다. 이러한 만남이 다시 또언제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좋아서일까? 계산이 뒷면에 깔려있지 않은 순수한 그우정 때문이리라.....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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