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한 국내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 역시 “미·중 갈등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나라는 많지 없지만, 특히 한국은 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가 뭉쳐있는 곳과 달리 홀로 움직여야 해 대응력이 약하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서로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수 있는만큼, 우리는 이들의 분쟁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입품 1만2586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에 달했다. 미국(503개)에 비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중국이 생산·수출을 통제할 경우 요소수처럼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여러 개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은 중국산 비율이 85%에 달하고, 희토류를 원료로 만드는 영구자석도 중국 비율이 86%다.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를 비롯해 TV 등 IT(정보기술) 제품, 미사일 등 첨단 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팀장은 “중국이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만큼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이 외교 상황 등에 따라 수출 통제에 나서면 얼마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지리적 이점과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지금까지 중국산 원자재, 재품을 채택해왔는데 이번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화해 모드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9월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 정부에 체포된 이후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석방됐고, 올해 말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내년 중간선거 등을 위해 중국의 구매력이 필요하고, 중국은 외교력 과시를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역시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는 물밑 협상을 통해 서로 양보하며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