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가면서 하잖은 미물에 대해서도 생명의 귀중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때가 됐다는것은 바삐 움직이던 삶의 활동을 접고, 은퇴생활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에 밟힐수있는 모든 생명체를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대하고 생명을 경시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었다.
지난주에 친지들과 함께 오랫만에 Humber Valley GC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파3홀에서 볼을 날린 다음에 Putting Green으로 걸어가는 중간 Fairway에 한떼의 기러기들이 열심히 풀을뜯고 있어, 그들속을 헤집고 가야만 했었기에 평화롭게 풀을 뜯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을수 없었다.
혼자 남아있던 기러기는 우리가 무서워 도망칠려고 하면서 발버둥 쳤지만 우리의 행동이 더 빨라 쉽게 붙잡았다. 아뿔사 발목에는 낚싯줄이 칭칭 감겨, 살갓속으로 파고들어, 피가 발로 흐르지 않고, Disabled가 된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일단 손으로 얽힌 줄을 풀어 볼려 했으나 어림 없었다. 뭔가 칼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잘라내야만 했는데, 난감 했다. 기러기는 자기를 죽이려는 줄 알고, 날개를 계속해서 퍼득 거리고..... 사력을 다해서 퍼득거리니 그의 힘도 굉장히 세었다. 둘이서 겨우 풀밭에 붙잡아 두고, 어떤 방법이 없을까?라고 궁리중에, 내골프백속에, 등산용 Swiss Knife처럼 한셋트로 된 골프용 green repair하는키와 knife, 송곳들이, 있다는것이 기억이 나서, 달려가 꺼내와서, 칼을 사용사는데, 칼날이 무척 무디어서 바로 잘라 지지가 않아 어느면에서는 더 고통을 주는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됐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감겼던 낙시줄을 다 잘라냈는데, 감겼던 그곳에는 뼈가 보일정도로 낙시줄이 파고 들었음을 보았다. 얼마나 고통속에서 견디어 왔을까? 사람같았으면 고통의 눈물도 많이 흘렸을텐데..... 기러기는 눈물이 없는가 보다. 눈물자국은 안보이기에....
친지 한분이 " 어떻게 해서 기러기의 어려움을 발견 했느냐? 정말 생명의 은인이야"라고 나보다 더 마음이 벅찼던 순간을 이렇게 표현해 주었다.
라운딩을 계속하는데, 여전히 기러기떼들은 Fairway를 점령하여 한가족처럼 우리의 갈길을 막으면서 풀을 뜯는다. 볼을 날리면서도 혹시 볼에 맞으면 즉사 할텐데....라는 의미있는 생각이 오늘따라 더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샷이 더 흔들리는것 같았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육체가 자꾸 쇠약해져, 한친지분은 Pull Cart에 달려있는 간이 의자를 펴놓고, 샷순서를 기다리면서, 그위에 앉아 쉬고 있다. 젊어서는 펄펄 날던 친지였는데.... 세월앞에는 진시황제도 무릎을 꿇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기에 반항없이 받아 들여야 한다. 때가 되면 역사가 바뀐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더 이해할것 같다. 이것이 순리다.
우리가 모르는 이기러기들의 세계에도 위계 질서가 있을 것이다. 흔히들 기러기떼들이 날아갈때 주로 V자형태를 형성하는데 그앞에서 이끄는 리더가 있다는 전문가의 기고를 본 기억이 있다. 여기 보이는 기러기들중에 한마리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뭔가를 감시하는것 같아 보인다. 리더가 잘 보살피면 다리에 낚시줄이 감기는 사고도 예방하지 않았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해야 할일을 한것같아, 라운딩이 끝나고 갈증난 목을 추기은 맥주 한모금의 맛이 더 짜릿해 온다. 오늘 라운딩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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