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05, 2011

Spencer Gorge,Trail Walk 대원들의 시산제(Sacrificial rite of peace and safety)








Shelter 중앙의 벽쪽에 제단(Altar)을 차리고, 제주를 포함한 여러 경험많은 대원들이 제단위에 제물을 정성스럽게 차려 놓고,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것은 통체로 BBQ해서 올려진 젊은 돼지였다. 돼지 머리쪽에는 어느새 상당수의 대원들이 두툼한 봉투를 꽂아 놓은것도 눈에 띈다. 그들의 염원이 그봉투속에 담겨 있을것이라는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었다. 꼭지쪽의 껍질을 약간 깍아내고 올려진 큰직한 배와 감 그리고 사과들, 그왼쪽 옆으로는 잘 말린 북어 한마리도 접시위에 잘차려서 올려졌다. 제단 맨 뒤쪽으로는 막 꺼내온것 처럼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판이 올려지고, 그리고 어느 대원이 정성스럽게 담근 곡주가 풍부하게 제단 앞쪽의 왼편에 놓여져 있다. 좀 아쉬웠던점은 날씨가 우리 산사모대원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반대로 방향을 잡아서 인지, 새벽부터 내리기시작했던 비가 이시간 현재도 계속 내려, 꽃샘추위의 맹위를 떨치고 있는것이었다. 치밀하게 준비(?)해온 대원들의 경험이 시산제를 올리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일사천리다. 비에젖어 질펀한 바닥에는 몇개의 Mat가 단정히 제단앞에 깔려 있다. 대원들이 제단앞에 모여들고, 지금까지 12년을 제주 역활을 해온 노련한 대원 C 씨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드디어 축문을 읊기 시작한다. 제목은 '제 12회 시산제문'.....
어렸을적에 부모님을 따라 문중의 시제에 몇번 따라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진 그의 축문 낭송은 우리 조상님들의 천지신명께 모든것을 맡기고 그에 의지해서 가족과 국가의 무사 안일을 빌고 또 빌던, 지금은 희미해진, 무속의 전통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도 남은, 우리 민족만이 느낄수 있는 '한'의 의미를 느낄수 있었다. 여기에 축문의 첫구절을 옮겨 본다. " 한바퀴 돌았구나, 용의 해에 시작한 산사모 시산제가,
한바퀴 돌고 보니 토끼해가 되는구나, 지나간 세월들은 어디쯤을 흐르고, 그속에 묻힌 추억들은 어디쯤에
맴을 돌까?....."

축문 낭송이 끝나고 대원들중 제단에 술잔을 올리기 원하는 인생선배들이 먼저 무릎을 꿇고서 곡주한잔씩을 정성스럽게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합동으로 감사의 마음을 고개숙여 올렸다. 어찌보면 웃음도 나올법한 우리 고유의 전통의식을 고국과 수만리 떨어진 이곳에서, 꼭 순서에 맞는다고는 볼수 없는 의식을 제복이 아닌 천연색의 등산복을 입은 대원들이 해내고 있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국을 수호하는 신께서 이곳까지 강림 하시여 이들의 정성을 보시고, 앞으로의 산사모 대원들의 산행을 포함한 모든 행사를 앞장서서 지켜줄것이다 라는 암시를 이제단을 통해서 해주시는것 같았던 분위기 였다. 제단앞에 피워놓은 향불에서 더 그암시를 느끼는것 같았다. 향의 냄새도 분위기에 맞는(?) 구수한 고향의 맛 쑥뜸이다.

대원중 P씨가 노련한 솜씨로 통돼지를 먹기좋게 잘라 놓는다. 여성대원들은 접시위에 얌전히 정돈 시키고....
대원 L씨가 정성스럽게 담가온 곡주가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먹기좋게 잘라놓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제대로 맞는것 같다. 너도 한잔 자네도 한잔 그리고 나도 한잔.... 시산제(Sacrificial rite of peace and safety)의 무드는 익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대원이 준비 해 왔는지? 따근한 시래기 국물이 고향의 맛과 함께 얼어붙기 직전의 몸을 사르르 녹여 주고도 남은 힘을 발휘해준다. 아직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한조각의 떡을 목에 넘기는데 궁합이 이렇게 잘 맞을 윤활유는 없는것 같다. 준비해간 점심은 아예 꺼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모든게 푸짐하다. 정성과 우리만의 혼이 담긴 막걸리잔이 오고 가고.... 이런축제가 바로
우리 민족만이 지켜오고 있는 서민들의 전통이라는것을..... 적어도 이순간 만큼은 대원들간에 서로 의지하고 믿는 종교의 개념을 대입시켜서는 안된다는, 다만 옛선조들이 즐겼을 이러한 의식을 수천년뒤를 살아가는 우리 대원들이 즐기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대원들 모두의 표정과 눈빛에서 똑똑히 나는 봤다.


Trail Walk 경력 25년 동안에, 오늘 처럼 Trail Walk 시작부터 끝나고 집에 도착할때까지 차가운 비바람속에서 걸어보기는 처음으로 기억될 불편한 날씨였지만, 뜻깊은 오늘의 산행이었었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면 대개의 행사는 취소되거나 시간을 조절 하는게 보편적인데, 비속에서 모이는 장소인 맥도날드에 갔을때는 벌써 상당수의 대원들이 먼저와서 커피를 마시고....이어서 평상시 보다 더 많은 대원들이 모여, 서로간에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오늘 Trail Walk후에 행해질 시산제에 대한 열정이 Dirty weather를 가볍게 물리치게 한것 같았다.

Spencr Gorge에서 시작한 산행은 대원들의 발길을 무척이나 어렵게 했다. 아직도 Trail route에 두껍게 깔려 있는 얼음위로 쉬지 않고 내리는 빗물이 윤활유 역활을 해줘, 한발 한발 옮겨지는 발걸음을 천근 만근 무겁게, 또 스케이트를 타는 어려움을 동반케 했다. Rain coat를 입었다고는 하나, 옷속으로 스며드는, 신발속으로 스며드는 차거운 빗물은 꽃시샘 추위와 함께 우리 대원들에게 끈을 누추지 않고 공격에 공격을 해오는것 같았다. 공격을 해오면, 이에 맞서 방어하는 자세 또한 중요함도 오늘 똑똑히 본다. 대원들 모두가 Crampon을 했고, 그위에 Gaiters로 중무장 하고 Ice rink로 변한 Trail을 걷는다. 아무런 사고없이, 모두가 걷기를 완료했다. 오늘은 시산제를 해야 했기에 평상시의 약 1/3 정도의 구간만을 걸었었다. 여기서 대원들의 노련미를 찬양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Spencer Gorge 낯은편의 넓은 공간에 Conservation Authority측에서 만들어 놓은 Shelter로 모든 대원들이 시산제 준비물을 차에서 하나씩 들고 자리를 옮겼다. Webster's Fall은 어느때 보아도 그위용이 당당하다. 폭포옆을 미끄러워 조심조심 Shelter를 향해 발길을 뗄때마다, 폭포의 굉음은 "오늘 시산제를 지난 일년내내 기다렸었다"라고 읊어 대는것 같았다. 그리고는 오늘 Trail Walk의 High light인 시산제는 막을 올린 것이다. 모든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남녀 대원들이 어우러져, 여성들이 안쪽에서, 남성들이 바깥쪽에서 강강수월래를 서로 반대로 돌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다시 이번에는 남성들이 안쪽에서, 여성들이 바깥쪽에서 돌면서 강강수월래는 무드가 깊어만 갔다. Shelter밖에서는 지금도 주룩주룩 꽃샘추위를 동반한 봄비는 멈출줄을 모른채 대지를 적시고 있다. 새봄을 준비하는 삼라만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봄비이겠지만, 적어도 이시간 우리가 즐기는 축제인 시산제를 중심으로 봤을때는 아닌것이 확실하다. 모든게 우리 인간들이 터득할수 없는 자연의 섭리임을 어찌 하리.... 묵묵히 따라갈수 밖에. 모든 대원들의 협력으로 이루어낸 오늘의 시산제와 산행을 무사히 마침에 감사하며, 특히 이름을 빛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대원들에게 무척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Lunar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길은 무거웠던 속에서 가볍기만 했다.



제 12회 시산제문 2011.03. 05.

한바퀴 돌았구나.
용의 해에 시작한 산사모 시산제가 한바퀴 돌고보니 토끼해가 되는 구나 지나간 세월들은
이디쯤을 흐르고 그속에 묻힌 추억들은 이디쯤에 맴을 돌까

산은 옛산 강은 옛강 산사모 마음또한 옛마음 그대론데 눈가엔 주름살이
가슴엔 이쉬움이 세월의 상흔되어 겹겹이 쌓였는가

세상살이 한철살이 인생살이 찰라생활 한잠자고 깨어보니 소꼽장난 간곳 없어
세상만사 이렇거늘 아둥바둥 살것없네 부귀영화 별거던가 부러울것 하나없다

신묘년 새해에도 봄이오는 길목에서 산사모 회원들이 신령님을 청하오니
구제역 돼지고기 조류독감 오리고기 냄새좋다 때깔곱다
현혹되지 마시옵고 정갈하고 정성담긴 제단으로 임하소서

십이년을 한결같이 신령님을 모셨으니 복을 주시려거든 복바가지 주렁주렁
넝쿨째 주시옵고 벼락을 내리시려면 백불짜리 캐쉬로 돈벼락을 내리소서

신묘하고 신묘하다 사는것이 신묘하다 겨울가면 봄이오고
꽃이지면 열매되 돌고도는 자연섭리 신묘하지 아니한가

흐르는 강물이 비바람을 피하랴 나무숲에 부는 바람 날씨를 탓하랴
즐거운것 괴로운것 마음의 장난이요 행복도 불행도 마음먹기 달렸다네
절망을 희망으로 근심걱정 행복으로 아픈마음 건강하게 아린마음 사랑으로
신묘하게 바꾸어서 신묘년 한해를 신묘하게 살아보세
모든재앙 사라지고 희망의 새싹 되어지이다.

신묘년 3월 5일 캐나다 토론토 Trail Walk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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