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축제 관람-안면도와 함평

이번 고국여행에서 우리 부부의 손발이 되여 주었던 친지 부부가 자기네 차에 우리부부를 싣고, 꽃구경을 떠나자고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인다.
태안반도에 있는 안면도에서 제철을 만난 국제 꽃축제에 가는 것이다. 태안반도라고 하기에 얼마전 기름유출 사고가 있어, 그지역 해안이 온통 검은색으로 변하여 주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주변의 상가들이 문을 닫고, 국가적 사고 지역으로 이곳 캐나다의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한바 있던 기억이 떠 오르는데, 바로 그곳에서 국제 꽃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 유출사고 이후 전 국민들이 참가하다시피한 헌신적인 생태계 복구 공사가 그결실을 맺어 전 세계가 놀랄정도로 회복이 되여, 우리가 방문한 시기와 맞떨어지게 꽃축제까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우선 꽃축제 규모가 큰것에 놀랐다. 외형적인 규모다. 넓은 주차장에는 안내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주차를 안내하고 있었다. 삶에 현장에서 뛸때, 많이 취급했던 꽃과 나무들이었기에 잘 진열되고 가꾸어진 꽃과 나무들이 전연 낯설지않고, 정겨웠다. 아내와 서로 꽃나무 이름을 기억하기도 하고, 취급방법도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지만, 우리보다 더 고수는 바로 운전수로 활약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는 지금 한창 국화분재에 심취해, 여행에도 같이 동행못할만큼 꽃과 나무에 매달려 살다시피 하는 참이라 대단히 고수답게 설명을 더해주어 나무와 꽃을 보는 의미를 깊게 해주었다. 현수막이 눈에 유난히 띄었다 'International Flower Festival' 틀린말은 아닌데 뭔가 나에게는 어색하게 보였다. 이축제는 꼭 꽃만 갖추어져 있는게 아니고 나무와 또한 분재들도 함께 진열되여 그자태를 관람객들에게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들이나 주최측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있을 언어의 감각을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이다. 나에게 그꽃축제에 꼭 맞는 언어를 찾으라고 한다면, 축제에 진열되고 있는 모든 식물을 포함시키는 ' International Horticulture Festival' 이라고 쓰는데 주저 하지 않았을것 같다. 서구사회에서 관광온 사람들은 거의 눈에 안띄었지만, 기왕에 영문 표기를 하겠다면, 언어의 선택에 좀더 신경을 써 주면 빛이 더 나지 않을가 생각해 봤다. 약간 떨어져 있는곳에 눈에 익은 건물이 보였다. 서울의 관문(?)인 남대문 축소판이 었다. 건물의 윗쪽에는 숭례문이라고 간판도 있었다. 그건물 전체를 꽃송이로 장식한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공사 였을것 같다. 너무나 아름답다. 색갈의 조화도 일품이었다. 조금 떨어진곳에 두그루의 양송이 버섯모양의 큰 나무가 눈을 끌었다. 그나무에도 남대문처럼 꽃으로 장식되여 있었다. 정교함이 드러난다. 섬세했다. 정성을 많이 쏟아놓은 작품들임을 금방 느낄수 있었다. 얼마전만 해도 기름 유출로 실망과 절망에 빠져 있었던 이곳에서 이렇게 보는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꽃축제가 열리고 있다니.....우리 인간의 힘은 무한한 것임을 깊이 느낀다. 관람객들도 무척 많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대단한 식구들이다. 조형물을 타고 자란 줄기 꽃나무들이 활짝핀 꽃들로 장식된 꽃 터널속을 지나는 맛도 달콤했다. 대롱대롱 매달린 장식용 호박들, 그외 이름모를 열매들.... 나상의 여인이 볼륨도 풍부하게 가든위에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의 파란 조형은 색다르다. 젊은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아름다운 여체 이상의 그무엇을 상상해 볼것같다. 그싱싱한 녹색의 풀로 고운옷을 입은 여인의 몸위에 나비 한두마리가 자유로히 앉았다 날았다 한다. 나는 만저 보고 싶어도 못하는데....나비가 나보다 훨씬 더 자유을 만끽하고 여체의 싱그런 맛을 이곳 저곳에서 느끼고 있는것 부러워 보인다. 친구가 미친듯이 몇년을 서울에서 함평까지 일주일에 두세번씩 출근하면서 국화분제 열중 했었고, 현재도 계속되는 그이유를 오늘 현장을 보면서, 그렇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수많은 비닐 하우스에서 커가고 있는 국화분제감 국화들을 보면서 말이다. 함평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하고도 남는 특이한 국화분제.....열성과 특수함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면서, 친구를 다시한번 쳐다보게 됐다.
함평의 꽃축제장은 관광객들에게 관람도 좋았지만, 어린학생들에게 산교육을 시키는 현장 체험장 같아 보였다. 규모있게,체계있게, 잘 조직화 되여 있는것 같았다. 어항속의 물방개들이 개구리 한마리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광경, 각종 색갈의 나비들과, 나비채집을 해서 진열시킨것들, 황금박쥐의 날아가는 모습들, 어린이들의 친구인 동화작가들의 사진 진열, 옛날 시골집에서 놓아 기르던 암탉이 새끼들을 데리고 뜰을 무대삼아 휘젖고 다니는 모습의 재연 등등.....한계절의 관광객들을 위한 축제라기 보다는 현장 실습장으로 년중 쓰이게 되는 학교처럼, 값져 보였다. 마침 한떼의 어린 손자손녀같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솔로, 노란 교복(?)을 입고, 현장견학 하면서, 선생님들의 설명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친구들과 작난을 치기도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시대의 사람들이 겪었던 그동심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계획적이고 풍부함을 느끼면서, 그들과 어울려 다음방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발길을 옮긴다. 풍물 소리가 요란하게 멀지 않은 무대에서 들여 온다.
그곳 지방의 민속 무희들이 열창과 풍물을 꽉메운 관람객들에게 열심히 보여 주고있었다. 고향의 포근한 소리를 듣는것 같은 감정을 준다.
정신없이 한참을 그들의 Performance에 넋을 잃고 심취했다. 들을수록 더정겨움을 느낀다. 나이탓일까? 어렸을때는 동네 모정에서 당시의 동네 어른들이 창을 하거나 사물놀이를 하면, 꼰데들 고리 타분한것 하고 있다고, 어린 우리들은 늘상 비웃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우리의 좋은 전통중의 으뜸인것으로 새기고 싶다. 이제는 시골 고향에 가도 그런 풍물놀이는 볼수가 없었다. 이제는 직업적으로 그들이 순회 공연을 할때, 공연장에서만 가끔씩 구경할수 있는, 진귀한, 희귀한 구경거리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문명의 문화의 발달에서 온 결과라고 하기엔, 뭔가 가볍게 모든 국민들이 몇천년 동안 즐겨오던 전통의 가치가 값없이 전락해 버린것 아닐까? 라고 픽 웃어 본다. 이축제를 구경하게 해준 친구부부에게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자연의 접촉이 더 자연스럽게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알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