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22, 2011
삼복더위에 콩삶아 메주를 만드는 Lunar를 누가 말려....
삼복더위에 콩삶아 메주를 만드는 Lunar를 누가 말려....
큰 들통에 하루전부터 물에 불렸던 콩을 넣고 삶았다. Lunar가 된장과 간장을 직접 담가 보기위해 시도해 보는 것이다.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Peak time을 피해 콩을 삶는데, 시간이 흘러 갈수록 냄새가 구수해진다. 가끔씩 큰 국자로 휘저어 가면서 불을 세게 했다가 또 약하게 조절 하기도 하면서, 다익혀졌나를 확인하기위해 내가 직접 한두알씩을 꺼내 맛을 보기도 하면서 이 삼복 더위에 콩을 삶는 것이다. Lunar는 그녀 자신으로서는 처음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보는 어떻게 보면 메주와 된장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달려보는 그러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즉 숙성하여 완성된 메주를 직접 보는것이 궁금한것 같아 보인다.
궁금한점이 발생하면 그녀는 나에게 물어본다. 낸들 뭘 잘알고 있다고?. 나는 시골서 자라면서 어머님과 누나들께서 매년 가을철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콩타작을 하고, 돌을 골라내고 콩을 물속에 잠겨 놓았다가 다 불었을때, 커다란 가마솥에 가득 넣고, 장작 아니면 볏짚으로 장시간 불을 때 완전히 익힌 콩을 도구통(절구통)에 잔뜩 옮겨놓은후 도구대(절구)로 찧어서 반죽을 만든후, 아직도 채 식지않은 뜨거운 콩반죽을 커다란 암반에 옮겨서 어머니와 누나들이 직사각형의 메주를 만들었던 기억이 어렴푸시 기억에 떠오르는게 전부인데, 그러한 엉터리 기억도 Lunar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마음에 의지가 되는가 보다. 그런데 분명한것은 어머니께서 삼복 더위에 메주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더위에 그녀는 시도를 하는 것이 다른점이라 하겠다. 이렇게 5-6십년이 지난후에 직접 부딪칠것을 미리 알았었다면, 기록이라도 해두었다가 지금 이시간 처럼 Know-How가 필요할때 당당하게 사용할수 있었을텐데..... 라는 넋두리를 혼자서 해 보기도 한다.
몇번씩이나 익혀진 상태를 손수 입에 넣어 확인한후 드디어 절구통 대신에 스테인레스 양푼에 넣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Knife set 를 꽂아 두는 단단한 나무로 만든 칼집을 깨끗이 씻어 절구대용으로 사용해 보기로 하고, 어설픈 콩 으깨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구대를 사용했더라면 운치도 있고 더 쉽게 찧을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잘 삶아진 콩이라서 생각보다는 쉽게 잘 으깨지는것 같았다. 지금 이순간 전까지만 해도 도구통과 도구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었다거나, 집에서 사용하는 살림의 한구퉁이를 차지하고 있어야 된다는점을 생각해 본일조차 없이 살아왔었는데, 이럴때 사용할수 있도록 구비해 두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일어나는, 필요할때만 생각케 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게 하는 순간이기도하다. 몇번 안했는데도 손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파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Lunar가 내가 쉬는 동안 하고 다시 내가 또 해보고 하면서 다 으깬다음 Lunar가 손수 메주를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가기 시작 한다. 들통에 넣고 끓일때는 많아 보이던 콩이, 옛날 학교 다닐때 알루미니움으로 만든 점심도시락통 크기로 4개하고 반개를 만드니까 끝이다.
방윗묵의 천장에 매달려있는 시렁에 주렁주렁 몇십개를 메달아, 메주를 띄우는때는 냄새가 고약해 어린 나는 코를 막고 다녔던 기억이 되살아 나게하는 그많던 양의 메주를 만들기위해 어머니는 가마솥에 여러번 끓여 냈던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프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투정없이 의례히 아녀자로서 해야 하는 살림을 하는것 쯤으로 삶을 사셨던것을 지금에야 이해할수있을것 같다. 그시간에 아버지나 형님들은 옆에서 도와 주었었다는 기억은 전연나지 않는것으로 보아, 이러한 집안 살림과 집안의 남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살아왔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는 생각을 우연히 해보게 된다.
옆에서 지켜 보니, 메주의 모양을 만드는게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것 같아 보인다. 모양이 이그러지기도하고, Tray에 들러 붙기도하고.... 겨우 4개 정도를 만드는데 세상을 살만큼 살았다는 두사람이 매달려서 헤매고 있으니, 그것도 미로를 빠져 나가기위해 이리저리 헤매는것 처럼, 확실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잘 될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걸고 달리고 있는 셈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우리 부부가 메주를 만드는것을 시기(?)해서 인지, 그시간부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더니 찜통더위가 계속된다. Lunar는 걱정이 하다 더 늘었다. 더운 날씨에서는 메주가 적당히 곰팡이가 서식하도록 하는 장소가 되지 못하고, 썩어 버릴까를 염려해서다. 웬만큼 더울땐, 앞뒤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Air Cond.이 필요가없이 지내기가 아주 좋은 시골 집인데도 지금은 아니다. 바람이 불어도 더운 바람이 통과하기에 시원함을 못느낄정도다. Lunar는 그러한 속에서도 좀더 바람이 잘통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 메주가 담긴Tray를 들고 옮겨 다니는데 열성을 다한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정성을 쏟는다고 하는 것일까?
콩을 삶고 남은 물이 Brown색갈로 변한채 한양푼이나 된다. 이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결이 좋아 진다고 애기를 해주었다. 어렸을적 콩을 삶고 남은 물로 어머니와 누나들이 머리를 감으면서 머리결이 좋아진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였다. 도시에서만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에게는 이러한 체험의 기회가 거의 없었던것 같아서, 여자로서의 본능이 발하여 실제로 직접 체험해 보고져, 기회만 있으면 부딪혀 보고져 하는 열망이 강하게 일어나는것 같다. 메주를 직접 만들어 보고져 함과, 콩삶은 물로 머리를 감아 보고져 하는 생각, 남자인 나는 콩물에 머리를 감아 보고픈 생각은 전연 없다.
굳이 한여름인데도 지금 시도해 보는 이유가 있다. 우리 부부가 시골집에 머무는 기간이 여름철 4개월 정도인데, 이기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토의 집은 콘도이기 때문에 메주가 발효할시 나오는 고약한 냄새를 소화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주위의 눈총이나 제약을 받을 필요가 전연 없기에, 더위에 썩지만 않고 발효가 잘 된다면 장소로서는 최적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며칠을 더 말려야 될까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모양이 외부의 충격에 변하지 않을 정도로 굳어지면 그때는 메주를 끈으로 얽어매서 더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곳에 매달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어머니가 메주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볏짚을 이용하여 메주를 싸매서 방윗묵의 시렁에 매달아 놓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Lunar에게 그렇게 해야 하는거라고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위와의 씨름인데, 앞으로 이러한 찜통 더위가 며칠을 더 갈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앞으로 2-3일은 더 지속될 것이라 하는데, 암튼 Lunar가 잘알아서 직사광선이 안들이치고 더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곳으로 계속 옮겨 놓을 것이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한다해도 좋은 경험으로 삼을 것이고.....나도 그녀와 같이 이작업에 동참한것은 물론이고 Foreman 역활까지 한셈이니....격세지감을 느낀다.
4일후 메주의 표면이 Dry해져서 손으로 만져도 손에 묻어나지 않게 됐다. 이제는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하고 햇볕이 안드는곳에 매달아 놓아야 하는 숙제가 앞을 막고 있다. 옛날에 어머님이 볏짚을 사용하여 메주의 몸체를 싸서 주렁 주렁 매달았던 생각이 나면서 이럴때 볏짚이 있으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수 있는데.....라는 엉뚱한 생각이 났다. 어떤 끈을 사용해야하나를 놓고 나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Lunar가 그문제는 해결됐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그녀가 보여준것은 3 파운드 Cooking Onion을 담았던 얇은 net였다.
정말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됐다. 가끔씩 어쩌다 한번씩 사는 오니언주머니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생각을 했을까? 조심스럽게, 깨어질새라, 갓난아이 품에 안듯해서 주머니에 넣었더니 그이상 좋을수가 없었다. 시골집에서 가장 서늘하고 햇볕안드는 곳을 찾아 그곳에 Bar를 설치하고 하나씩 주렁주렁 매달아 보았다. 5-60년전의 어머님이 방윗묵의 시렁에 매달던 생각이 또 났다. 이제는 메주를 잘 말리는일만이 숙제로 남아 있을뿐이다. 벌써 메주 곳곳에는 하얀 곰팡이들이 서식하고 있는게 보인다. 아직까지는 성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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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저도 시골에서 어머님이 한겨울에 모든 농사일을 마치시고 메주을 만드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 곰팡이 냄새 너무 싫었었는데, 이젠 상상만 해도 그 냄새가 코끝에 와 있는것처럼 추억의 냄새가 되어있네요. 아뭏든...그 모든 과정을 무사히 거쳐가서 맛있는 된장과 간장의 맛이 되었으면 좋겠읍니다.
좀 늦은 Comment여서 죄송합니다.
만 1년후, 그러니까 햇수로는 2년후 봄에 간장 뽑아내고, 다시 된장을 만들어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사실 만들면서도 반신반의 했었고요. 금년 여름 간장과 된장을 텃밭에서 가꾼 상추와 고추 그리고 오이를 된장에 발라서 보양식 잘 했답니다. 통풍만 잘된다면 메주는 계절에 상관없다고 생각됩니다. 터키와 중국 남쪽 국경지역을 관광 하면서 우리처럼 메주를 처마밑에 매달아 놓은것을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 합니다. Lunar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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