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09, 2010
이번 가을에 추수의 맛을 철늦게 느껴 본다.
요즘은 해가 짧아져서, 골프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Lunar는 저녁준비에, 나는 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오면 컴컴 해질정도로 낯길이가 줄어 들었음을 실감한다.
며칠후면 여름내내 생활해왔던 카테지의 문을 잠그고, 짐을 다시 꾸려서 성냥갑 같은 토론토의 Condo로 돌아가야 한다. 골프장이 금년도 시즌을 곧 마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밤 낯의 기온차가 심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것을 기다리기라도 한것처럼,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던 Lunar가 " 내일 아침에는, 며칠전 사과를 따서 정리한것 처럼, 들깨도 거둬 드리고
고추도 따고, 그리고 줄기는 뽑아내서 잎파리를 따서 모아주세요. 들깨도 거두어 들이세요 까먹지 말고요"
"네 기억 하리다. 그런데 들깨는 참새떼가 먼저 수확을 많이 해 간것 같던데...."
"그래서 서둘자는 거야 알았어? 여보"
요며칠사이에 가을비가 계속 내리더니, 조석으로는 쌀쌀함을, 내팽개쳐 두었던 잠바를 꺼내 입으면서 많이 느낀다. 마음도 같이 급해 지는것 같다.
카테지의 넓은 뒷뜰은 온통 잘 가꾸지도 못한 잔듸밭인데, 그한곳에 매년 고추, 들깨 그리고 콩도 심어오곤 했었으나, 실패의 연속이었었다. 왜냐면은 정성드려 가꾸지도 못한 탓도 있지만, 땅이 온통 모래바닥이라서 물을 주어도 금방 말라 버려 작물이 살아남기에는 기적을 믿어야 할 정도로 척박한 땅이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카테지 생활을 시작하면서, Vegetable Garden에 가서 Top Soil을 서너백 사다가 매년 심었던 한구퉁이의 터에 Top Soil을 퍼붓고, 그다음에 고추모종과, 토론토에서 올때 친지로 부터 얻어온 들깨 모종을 조금씩 심었었다.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을 준비하여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을 받아 두고, 그것도 모자랄때는 수도물을 연결하여, 거의 매일, 골프장으로 가지전에, 그리고 골프후에 집에 도착하면 만사 제치고 먼저 물을 주곤 했었다. 정성드린 효과가 있어서 였을까? 살아남을수 있을까? 라고 의심스러웠던 들깨 모종과 고추모종이 재모습을 보여 주면서 제법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것을 보는 재미가 전과는 다르게 애착이 더해 갔었다. 필요없는데도 극성스럽게 같이 어울려 자라는 잡풀들을 뽑아주는만큼, 들깨와 고추가 잘 자라는것을 보는 재미를 Lunar가 더 느끼는것 같았었다. 토론토에 볼일이 있어서 며칠씩 카테지를 비워둘때는 옆집의 barbara 부부에게 Watering을 부탁까지 하곤 했었다. 젊어서는 손을 흙에 묻히는것을 많이도 꺼려 했었는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고, 이제는 흙을 손에 묻힐때마다, '네가 나를 먹여 살리는 원천임을 늦게 깨달아 미안하다' 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Spade를 들곤 했었다.
다섯그루에 열려 있는 고추가 빨갛게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 있고, 크기도 모양이 달라서 그렇지 Tennis Ball 이상으로 크다. 약 40개는 족히 되는것 같다. 탐스럽게 잘 자란 고추를 하나씩 딸때는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보통때는 Super Market에서 아무렇치도 않게 빨갛게 잘익고, 잘생긴것을 골라서 사곤 했었는데, 지금은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골라 낼 겨를도 없이, 여름내내 물주고 가꾸어온 고추나무에서 열린 빨간고추를 내손으로 거두어 들인다는데 의미가 더 크다.
이제 들깨줄기를 부엌칼로 베어, 깨알이 떨어지지 않게 정성드려, 큰 투명 Garbage백에 하나씩 거꾸로 세워 집어 넣는다. 들깨 특유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아까 고추를 딸때는 전연 냄새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꾸역꾸역 눌러서 집어 넣으니 꽉 찬다. 어떤줄기는 아직 여물지 않은것도 있었으나, 참새떼들에게 뺏았기지(?)않을려는 욕심에서 더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추수하는 것이다. 갑자기 개구리 한마리가 벌쩍 뛰어 나오더니 모아놓은 들깨줄기뭉치위에 주저 앉는다. 그도 동면을 준비 할려다가 잘려 나가는 들깨줄기를 보고 놀랐었나 보다. 양손으로 붙잡아서 옆에 있는 긴 잡풀밭속으로 모셔다(?)주었다. 지금은 하잖은 미물이라도 그생명의 존엄성을 함부로 할수없어, 그들과 조우할때는 그들의 살길을 터주기위해 나름데로 머리를 쓰곤 한다. 전에는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무시했었는데....모아놓은 들깻대를 통채로 햇볕에 말렸다가, 겨울동안 보관하여, 내년봄에 되돌아와서 백속에 있는 그대로 붙들고 흔들어서 깨를 수확하게 되는 것이다.
"고추는 몇개나 땄소? 와 크다 색갈도 참 곱네. 족히 30개는 넘겠는데.... 수고 많이 했어. 여보"
"당신의 명령을 지키느라 새벽(?)부터 힘써서 거두어 온 것이야. 한 40알은 되는것 같아. 그리고 들깨는 모두 잘라서 Garbage Bag에 넣어, 밖에 햇볕 잘드는곳에
두고 왔어. 잘 마를거야, OK?. 오늘은 골프가 잘 안될거야 아침부터 힘을 너무나 써버려서 말이야."
"엄살도 되게 떠시네. 어쨋던 수고 했어요. 손씻고 와요. 아침먹게."
Lunar는 고추를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닦아 내더니 식칼을 사용하여 절반으로 가른다. 그리고 나서 안에 있는 살과 씨를 빼서 따로 구분한다. 한조각을 물에 씻어서 맛을 보더니 나에게도 먹어 보라고 건네준다. 매운맛이 거의 없이 단맛이 난다. 건강에 좋은것이니 많이 먹어 두라고 의미 있는말을 한마디 던진다. 나머지는 말려서 이다음에 김장 몇포기를 할때, 우리 고유의 매운 고추가루와 섞어서 사용할 계획이란다.
매년 무심코 쳐다 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왔던 사과는, 금년에는 완전히 다르게 수확을 했었다. 옆집의 Barbara 부부가, 며칠전에 Apple Sauce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맛을 보라면서 건네 주었었다. 맛이 시장에서 구입해서 먹는것 보다 더 고소했다. 그녀가 말하기를, 너의집 사과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주어다 만든 소스라고 설명해 준다. 어느날 저녁을 먹고, 그녀집에 마실을 갔었을때, ' Lunar, 너희집 사과는 McIntosh야 버리지 말고 소스 만드러 먹지 그래' 라고 한말이 기억난다. '그러면 우리가 없더라도 따다가 네가 사용해도 괜찮아, 그렇게 해보렴' 하고 응답했었다. 쉽게 Apple Sauce만드는법도 그날 저녁에 설명을 해주어 기억하고 있었다.
벌레먹은 사과는 그곳만 도려내고, 한알도 버리지 않고, 며칠간을, 골프가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벗어 부치고 따서 모았었다. 금년에는 이상하리 만치 많이 열렸는데, 예쁜 모양의 사과는 거의 없이, 벌레먹고, 또 어떤사과는 까마귀(Crow)가 쪼아대서 구멍이 푹패이고.... Barbara가 알려준데로 하나도 버리지 않고, 상한곳은 도려내고, 다시 껍질을 벗겨, Chunk 로 만들어서 다시 Lemon Juice를 그위에 살짝 뿌리고, Ziplac Bag에 넣어 Freezer에 얼렸다. 캐나다에 오래 살았다고는 하나 Apple Sauce를 사용하는것은 우리가 김치먹듯 일상화 되지 못해 별 관심이 없이 지내 왔었는데, 이곳 서양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김치를 매일 대하듯, 그렇게 일상에서 애용하는 식품인 것이다. 필요시 사과 Chunk를 꺼내어 약간의 개피가루를 뿌린다음 마이크로 오븐에 넣고 몇분동안 끌이면 그것으로 소스가 된다. 샌드위치를 만들때, Oatmeal Cookies를 만들때, Bagel을 토스트해서 먹을때도, 그외에 사용처가 너무나 다양함을 터득한 것이다. 고추도 수확하고, 들깨도 털어서 맛을 볼수 있게되고, 사과도 한톨 버리지않고 소스로 만들 준비를 해두었고....
금년 겨울은 모든게 다 풍부함속에서 손수 심고 거둔 수확으로 여유를 갖고 지낼수 있게 될것 같다.
이제야 철늦게 농부들이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그늘을 마다하고, 열심히 땅을 일구면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 할것 같다.
원래가 시골출생이라, 어려서는 시골 동네에서, 당시의 나의 부모님을 포함한 동네 어르신네들이 하루좋일 논과 밭에 나가서 생활하다시피 하는것을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한채 어린 시절을 보냈었고, 특히나, 부모님의 명령에 할수 없이 논이나 밭에 끌려(?)나갈때는 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난 하기도 했기에 고향인 농촌을 떠나지 않을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흙을 만지는게 그렇게도 싫어서 더 고향을 등지고, 헤매면서 결국엔 여기까지 굴러 왔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제서야 땀흘리고 흙만지지 않으면, 내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식품이 있을수 없다는것을, 후회스럽게 안타까워 하면서, 부모님께 죄송함을 고하고 싶다.
"야 Apple Sauce를 곁들인 Bagel 토스트가 일품이다야. 나 한쪽 더 먹어도 돼?"
"그래요 많이 드세요. 당신이 다 심고 가꾸고 거두어, 나는 그것들을 이용하여 소스를 만들은것 뿐인데...... "
"어찌 나혼자 농사지어 수확한 것이겠소. 당신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소. Lunar. 여보 우리 점심은 이것으로 하자. 골프장에서 먹는맛은 또 다를거야. 어때?. 내가 만들께. 당신은 내솜씨를 맛보고 얘기나 해주라"
"오늘 골프는 더 잘되겠네. 당신 덕택에....ㅎㅎㅎㅎ..."
고추대에서 따 모은 고추잎은 끓는물에 살짝 대처셔, 이민올때 짐속에 끼워 넣어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대바구니 뚜껑에 골고루 잘 펴서 햇볕에 말리게 되면, Lunar가 된장에 고추잎 짱아치를 만들것이다. 얼마후에는 나와 Lunar는 물말은 밥을 한술 떠서 그위에 고추잎 짱아치를 한잎놓아 짝벌린 입에 넣으면서, "손수 심고 가꾸어 만든 고추잎 짱아치의 값은 얼마나 될까?" 라고 파안대소 할수 있는 그날이 곧 올것이고, 우리의 인생도 추수할 날을 생각하게 되겠지.....
고추씨와 들깨씨를 내년에도 다시 파종하고, 모종하고, 가꾸고, 열매 맺게 해서 다시 수확하게 되는날, 우리의 삶은 한발짝 더 영글은 결실을 보게 되기를 간절함속에서 구상해 보는 오늘 이아침은 좀 가슴이 아린다. 아련히..... 아련히...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시는 두분의 모습을 뵈니 정말 좋습니다. 전 언제나 그런 은퇴생할을 할 수 있게 될지 아득하기도 하고요.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소원합니다. ^^
ReplyDelete세월은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옛말이 가슴속에서 느껴집니다.
ReplyDelete오늘이 이곳은 Thanks Giving Day랍니다. 같은 또래의 친지들과 Trail Walk을, 만추의 숲속에서 낙엽을 밟아 가면서, 감사함을 서로 나눌려고 지난 토요일 저녁에 토론토에 와 있읍니다 . 항상 격려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Oldman님. 좋은 하루 되십시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