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09, 2008

노란 카펫위를 걷는 기분으로 Trail Walk

















아직 아침 이슬에 젖어 카펫처럼 널려있는 노란 단풍나무 낙엽위를 밟으며 걷는, 늦가을의 산행은, 그위를 걸어보는자만이 느낄수 있는 색다른 감각을 제각기 발끝에 충분히 주고도 남는것 같다. 산행을 시작하기전, 며칠전 골프장에서 드라이브로 힘차게 때린 볼이 수북히 쌓여 있는 낙엽속으로 날아가 숨어 버리자 눈의 초점을 그곳을 향하고 걸어가서 낙엽위를 밝으며 공을 찾을때 느꼈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는다. 이슬에 젖어 푹신한 감각은 풍부한데, 낙엽하면 그위를 밟고 걸을때 바스락 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없는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노란색갈의 끝없이 이어진 단풍나무낙엽위를 밟고 한발짝 한발짝 옮길때마다의 기분은 질좋고, 푹신하게 깔려있는 리빙룸의 카펫을 걷는 감촉좋은 기분이었다. 산행때마다 보는 정겨운 얼굴들, 오늘도 형형색색의 옷을 걸치고, 바람결이 조금은 차겁게 느껴지는 초겨울의 산행시작은, 조금은 움추러드는 그런 기분이 지배적이었다. 출발할때 화사했던 햇볕도 어느새 구름속으로 숨어 버리고, 하늘은 잿빛으로, 잎이 다 떨어져 이제는 앙상하게 가지만 회색으로 변해버린 단풍나무숲과 어쩌면 감각을 같이 하는것 같은 무거운 기분이다.
많지않은 12명의 정예회원들이 오늘의 산행에 동참했는데, 그중에는 리더의 중책을 새로 맡은 부부도 참석하여 그의미는 더 깊은것 같았다.
2대의 미니밴에 분승하여 약 50분을, 나이아가라쪽으로 QEW을 달려, Exit 64번으로 빠져, 다시 골목길같은 샛길을 구비구비 핸들을 돌려 산행 출발 지점에 도착했을때는 정확히 11시 정각이었었다. 산행때마다 꼭 참석해오신 7학년되는 고참회원으로 부터 각양각색의 회원들이, 오늘도 산행에 참석한 것이다.
오늘 걷는 Cave Springs 지역은 전구간이 이끼가 파랗게 끼여 있는 바위바닥위를 걷는 구간이다. 트레일은 구릉지 윗쪽으로 나있어, 그왼쪽으로는 멀리 Lake Ontario가 시꺼멓게 보이고, 트레일과 호수 사이에는 눈아래로 넓은 포도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아주 평화롭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끼로 덮혀있는 트레일에서 한발짝 옮길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미끄러워 자칫하면 밀리거나 넘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구간에서는 미끄러졌던 발자국흔적이 이끼위로 뚜렷히 나타나기도 했다. 아마도 어느 회원이 삐끄덕 하여, 순간적으로 고생을 한 흔적으로 보인다. 놀라는 아우성 소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그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계속 전진했던것 같다. 바로 산행의 경험을 말해 주는것으로 느꼈다. 대신에 가끔씩은 아름다운 여성회원들의 웃음 소리가, 높이 떠가는 비행기의 소음처럼 들리는, 휘몰아치는 바람과 회색빛으로 하늘을 향하여 뻗쳐있는 나무가지들과 부딪히는,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와 어울려 앙상블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여성회원들의 그런 웃음소리가 없었다면 발자국 옮기는 분위기는 어쩌면 조금은 더 무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어린 영지버섯 몇송이가 단풍나무 고목에 기생하여 생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여름이면 푸른위용을 자랑하던 잡초들도, 떨어져 덮혀있는 낙엽색갈과 같이 갈색으로 변해, 볼품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삶의 Cycle을 보여 주면서, 우리 우둔한 인간들에게 삶의 순환을 겸허히 받아 들이라는 신호를 보내는것처럼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의 삶은 Cycle 곡선으로 봤을때, 어느매쯤에 매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까? 알것 같으면서도, 나는 예외겠지?하는 어리석음이 마음 한구석을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리석기는.... 옛날에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제도 싸이클이 다하니까 모든것 다 놓고 갈곳으로 가버린 역사를 훤히 머리로는 기억하면서도.....
우리가 걷고 있는 구릉지 꼭대기에 갑자기 커다란 바위 덩위가 그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엇듯 보기에는 큰 직사각형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랜세월을 두고 비방울에 패여 생겨난 수많은 구멍들이 새겨져 있고, 또한 노트에 줄이 그어져 있는것 처럼 그런 자취들이 뚜렷히 나타난다. 옛날 빙하기시대가 한창일때 빙하에 밀려 내려가다가 현재의 위치에서 안착하고 말았다는 설명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곳을 지나자 이번에는 급경사로 이어진다. 아직 젖어있는 바닥에 낙엽까지 덮혀있어 미끄러지기 안성맞춤이다. 조심스럽게 발길들을 내딛는다. 이런경우에는 이렇게 발자국을 옮겨야 한다는 조언도 들리고, 서로 손을 잡고 의지 하면서 내려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트레일을 걸을때 흔히 보이는 트레일 방향표시(White Blade)가 눈에 들어 온다.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는데, 그옆에 설명판이 붙어있어, 잠시 쉴겸해서 무심코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표시판은 아주 뜻깊은 설명을 내뿜고 있었다. 아직 우리가 걷고 있는 Bruce Trail이 공식적으로 오늘처럼 구성되여 있지않고, 구간 구간 트레일 동호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을때, 이곳에 맨처음으로 트레일 표시판인 White Blade를 표시했던 곳이라고 쓰여있었다. 즉 1962년 3월 25일에 처음 이곳에 세워지다 라고...... 아주 역사깊은 곳을 우리는 오늘 밟은 것이다.
움추러 들려고 했던 몸에서는 어느새 땀이 옷에 젖어들고 있다. 을씨년 스러웠던 처음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모두가 단추를 풀고 바람(?)을 안으로 끌어 들여 시원함을 갈구하는 모습들이다. 활동하는 생명체들의 자연에 대한 신체의 반응으로 보여 진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잠시 멀리 초점없이 쳐다봤다. 멀리 고속도로위를 달리는 수많은 차량들이 마치 개미의 행렬처럼 보인다. 다만 다르게 보이는게 있다면 개미들처럼 검정색갈말고도 여러 다른 색갈들이었다. 우리도 지금 이곳에서 산행을 하기위해, 저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속에 끼어서 한참을 달려 왔었다. 누군가가 우리가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왔던 차를 보면서, 나와 같은 상상을 했을것 같기도 하다.
산행하면서 먹는 점심은 항상 꿀맛이다. 오늘도 똑 같이 꿀맛이다. 어느회원은 이렇게 이마에 땀을 한참 흘리고 나서 먹는 점심맛을 만끽하기위해서 산행에 동참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말에 동감이다. 갈증을 해소해 주는 한모금의 물맛도 여느때와는 다르다. 달다.
3시간을 걸었다. 지도상의 표시에서 거리를 재어보니 대략 12키로쯤 걸었다. 평평하지 않고, 이끼로 뒤덮힌 바윗길을 우리 회원들은 침착하게 꾸준히 걸었기에 사고없이 계획된 구간을 완주 한것이다. 7학년 회원님의 무사완주를 한 모두에게 감사 말씀을 끝으로 산행을 접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마음착한 회원의 배려로, 따끈한 Tim Horton커피 한잔씩을 마시는 기분은 산행의 노곤한 피로감을 말끔히 가시게하고, 끝맺음을 더 좋게 하고도 남았다. 다음 산행때 까지 모두 강건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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