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메일도 보내 보았어요. 참 신기하더만요."
"자꾸 사용해야지 그렇치 않으면 다 잊어먹어요. 자주 하세요."
"설명 들을때는 금방 다 알겠는데, 돌아서면 전연 생각이 안납니다."
" 글씨를 타자할때 한자 한자 찾아서 두둘겨야 하니, 시간은 너무 잘가더군요. 그런데 더 속상하게 만드는것은 어느 단추 하나를 나도 모르게 잘못 누르면 전부 없어져 버려, 몇시간을 헤맨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때 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선구자들임을 자랑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많은 친지들이 컴퓨터 만질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골치가 아프다나요"
"저는 그럴때 아이들에게 구원을 청할때가 있는데,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옆에서 앉아 있던 나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 우선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법을 머리속에 암기할수만 있다면, 더 많이 효과를 볼수 있을텐데요. 저의 경우는 그랬읍니다."
어제가 화요일,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Senior들을 위해 '늘푸른 대학( Ever Green University)을 가을철이면 열어, 교회에 출석하는 Senior뿐만이 아니고, 토론토에 거주 하시는 ,60세 이상의 Senior분들이 함께 모여, 교회에서 짜놓은 프로그람에 따라, 하루를 즐기는 일명 노년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새 나도 그대열에 끼어 참석하고 있다. 젊은 남녀 봉사자들이, 이날 만큼은 하던일을 제껴놓고,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Senior들이 이날 만큼은 집안에서 하던 모든 잡다한일, 즉 손자손녀들 Baby Sitting 하는일, 집안일 돕는것, 아들 딸들이 하는 사업장에서 도와 주는일, 기타 등등의 일에 휩싸여 지내던 모든것을 훨훨 털고, 이곳에 나와서, 서로 못다한 애기를 나누기도 하고, 젊은 강사님들의 구수한 입담에 뱃속이 완전히 빈속이 될 정도로 웃기도 하고,세상 돌아가는 얘기, 그림도 그리고, Ballroom Dance 도 배우고, 하모니카를 불어대는 공부도 하고, 또 컴퓨터도 배우고..... 또 불편이 없도록 도와 주고, 간간히 간식을 만들어 제공해주고, 점심을 대접해 주는, 큰 일들을 해주어, 해가 가고 시간이 갈수록 노인 대학은 알맹이가 더 많이 영글어 가는것을 눈으로 볼수 있을 정도로 정착해 가고 있다.
점심은 보통 원탁 테이블에 6명 내지 8명 정도가 모여, 젊은 봉사자들이 정성으로 만들어 제공해 주는 음식으로 메뉴가 매주 바뀌는데, 어느 식당의 음식보다 맛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정성이 그속에 듬뿍 담겨져 같이 써빙 되기에, 오전내내 공부(?)에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 역활을 해주고도 남는것 같다. 나보다 연장자 되시는, 한분이 옆에 있는 분에게 점심을 하면서 컴퓨터 얘기를 꺼낸것을 내가 나도 옆에서 듣고 대화를 한 내용중의 한 부분이 컴퓨터 였다. 한분은 젊어서는 조국을 위해 군에서 고급장성으로 봉사했고, 또 다른 한분은 일찍히 이곳에 이민와서 젊음을 이민의 뿌리 내리는데 바쳤던 분으로 알고 지내오던 사이이다. 젊었을때 그분의 머리회전이나 능력으로 보았을때 분명히 한가닥 하셨던 Elite들이었을텐데......왜 컴퓨터에서는 낯선 이방인인것 처럼 쩔쩔 매고, 안타까워 하시는것일까?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게(?) 그분들의 젊었을때와 나를 비교하면, 나는 그냥 보통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아 왔다는것이라고 할수 있겠다. 젊었을때의 그분들의 능력면에서 본다면, 컴퓨터가 그렇게 괴물단지(?)처럼만은 아닐것 같은데.....
세상 모든 만사에는 때가 있다는것을 요즘은 참 많이 느낀다. 어렸을때, 아버님께서 항상 귀가 아프게 말씀 하시곤 했던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 이놈들아 젊음이 항상 있는줄 아느냐? 순간이야. 정신 차려서 지금 해야 할것을 안하면 이다음에는 하고 싶어도 안되고, 후회만 있을 것이다"
라고 하셨던 말씀인데, 이말씀을 캄퓨터를 만질때마다 대입해 본다. 결론은 나를 비롯한 Senior들은 컴퓨터를 마음데로 만지고 다룰수 있는 때를 실기 했다는 점이다. 굴뚝 산업시대를 살아왔던 Senior들에게는 가상의 세계를 날아 다니면서, 공상의 나래를 끝도 없이 펼쳐 그속에서 결과를 찾아야만 하는, 또 그것 때문에 존재하는 컴퓨터와는 때가 맞지않는다는 것이다. 능력은 출중한데, 그능력을 컴퓨터에 사용할 Concept이 맞지않는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세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젊은이들세계에서는 한시라도 컴퓨터가 없으면 오히려 정신불안이 일어날 정도로 생활의 일부가 됐는데, 우리 Senior들에게는 하고는 싶지만, 큰 짐이 되여 가슴을 꽉 누르는게 바로 컴퓨터와 IT 산업의 산물이 아닐까?
나의 아내 Lunar는 컴퓨터를 Set-up 해 놓으면, Surfing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 음식만드는법, 값싸게 다닐수있는 여행지 찾는법, 기타 연속극 보는법 등등에서는 내가 그녀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타자를 전연 못하기에 다음것을 찾을 때에는 나를 꼭 호출(?)한다. 타자를 조금 그녀보다 잘 치기 때문이다. 빈말로라도 그것도 못하느냐고 한마디 건네면, 되게 텃세 한다고 되받아친다. 그래서 그녀가 간혹 고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멜이라도 보낼려면 꼭 나의 손을 빌리지 않을수 없기에 본의 아니게 그녀들과 같은 세계를 유영하는 기분을 만끽 할때도 있다. 물론 부부가 거의 같이 여행하고 친교를 하기에 서로 알고는 있지만..... 그친구들은 속도 모르고 Lunar가 보낸것으로 착각할것을 생각하면.....
내가 아직 어렸을, 20대 후반때, 공무원 하면서 영문과 한글 타자기 다루는법을 어쩌다가 익혔었는데, 그후 바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수십년간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컴퓨터가 보편화 되면서, 엄마 아빠도 상용 하시라고 딸아이가 하나 구해준 컴퓨터를 처음 대했을때, 저조그만 플라스틱으로 싸인 쇳덩이속에서 뭘 찾아 낸다는 것인가? 라고 의아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을 더듬어서 한자 한자 두둘겨 보았었다. 마법의 상자처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자판의 위치를 따라 누르면 글자가 그대로 나오는것을 보면서, " 아 그때에 타자기 치는 공부를 참 잘해 두었구나"라고 순간적으로 아버님이 하셨던 말씀을 떠 올리게 했었다. 그면에서는 때를 잘 맞추었기 때문에 머리속에 깊이 박혀,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이메일 보내는것은 Senior들중에서는 어느 누구못지 않게 빨리 그리고 비교적 정확히 보낼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Senior들과는 Concept이 완전히 다른 Cyber World에서는, 굴뚝산업시대의 지식은 사용되기엔 때를 실기(?)한 화려한 과거일 뿐임을,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나누었던, 이매일 작성에 관한 몇마디의 컴퓨터 이야기에서 긍지(?)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어쩔수 없이 공연을 마친 배우가 무대에서 사라지듯, Senior 인 나자신을 보면서, 복잡한 Cyber 세계를 정복 할려는 짐을 내려 놓고 이메일이라도 할수 있는게 위안이고 순리라고 자위 하면서, 마음은 안타깝지만, 그래야 남은 생애 편할것 같다고 생각해 봤다.
그래도 Paul님 처럼 블로그까지 운영하시는 분이 많지 않으니 앞서 가시는 것 맞습니다. ^^
ReplyDelete제게 자판에 붙이는 한글/영어 레이블이 있는데 하나 보내드려도 될까요? 그러면 부인께 늘 호출 안 당하셔도 될 듯 싶은데. 혹 그렇게라도 세도(?)를 부려 보시는 게 좋으시다면 그냥 놔두시구요. ㅎ ㅎ
원하시면 주소를 james_ahn@ccpsnet.net로 보내세요.
oldman님, 캐나다의 긴 겨울이 시작되는 신호들이 이곳 저곳에서 많이 보이고 있어요. 숲속을 걸으면서 느끼는 낙엽밟는 소리도 거의 사라져 버렸고요.
ReplyDelete레이블은 마음으로만 감사히 받겠읍니다. Lunar가 하는말, '왜 지금와서 골치 아프게 기억을 해야만 할 이유가 뭐냐는 거죠. 필요시 옆에 대기(?)하고 있는 심복을 부리면 간단히 해결하는것을....'
그래도 그녀를 위해서는 아직 쓸모가 있다는데 조금은 위안을 한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저희는 매주 토요일 마다 하는 산행을 오늘도 다녀올려고 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