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09, 2007
벌써 30년이 훨씬 넘었읍니다.
세월은 너무나 빨리 흘러 역사속으로 스며들고 있읍니다. 문뜩 석양놀을 쳐다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깨닫기 어려운 질문을 끝없이 마음속에서 외쳐보았읍니다. 가진것도 없었지만, 또 있었다해도, 당시의 고국실정에서는 갖고 나올수도 없는 가난하기 그지없는, 그런 환경속에서 조그만 이민 보따리와 이제 갖 1.5세된 큰 아이를 안고 공항을 빠져 나올때, 검색대에서 소지품을 검사하던 세관원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첫마디가 "좋은 나라에 이민가시니 참 좋으시겠읍니다" 라고 하면서, 들릴락 말락하게 "저희만 잘 살려고 고국을 등지고 내빼는 자들...." 손에들고 있는 가방을 카운터에, 지시데로 올려 놓으니 가방을 까뒤집어 카운터에 쏟아 붙는다. 엄청난 보물이나 빼돌리는 가방을 뒤지는 눈빛임을 금방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나오는것은 전부 싸구려 슬리퍼,면으로된 속내의 등등의 것들 뿐이었으니.....세관원이, 이민가는자라서 더 색안경을 끼고 검사에 임했을 텐데.... 미안 했던지 이민가정 쳐놓고는 빈껍데기뿐임을 보고, 가셔서 잘 사세요. 그리고는 검색대를 통과 했었는데... 이민자의 삶이란 너나 할것없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고달픔이 생을 마감할때 까지 함께 하는것임을 일찍부터 알고 앞만보고 뛰었다.살아남기 위해서. 문화의 차이, 언어장벽에서 오는 불이익 등등.... 현실속에서는 감상은 통하지 않는 이민자만이 느낄수 있는 한이 항상 응어리져서 깊이서려있다. 그래서 오랫만에 고국을 방문해도 나는 그곳에서도 지금은 이방인 취급을 느낀다. 수도셀수없는 날들을 그래도 고국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살아왔었는데.... 지금은 그들과도 문화와 언어의 벽을 깊이 느낀다. 이민 1세로서 하루의 앞날이 불투명한 속에서 살아온 삶을 깊이 이해할려고 하기 보다는, 실제로는 체험하기 어려운 감상적인 소설속의 삶같은 면을 고국의 연속극에서 가금씩 만날때는
그게 이민자의 실상은 아닌데....하고 안타까워 할때가 참으로 많았다. 젊은날의 패기 하나로 줄곳 달려왔는데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지는 석양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장성한 두아이가 엄마, 아빠 고생많이 했으니, 열심히 여행 다니면서 남은 생애 즐기라고 오히려 성화다. 자식들한테 남겨줄려고 할것 못하고 그러지 말란다. 정말 성화다. 이런 애기를 들으니, 무대에 서서 더 연극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다는 시대와 시간의 흘러갔음을 가슴 절절히 느낄뿐이다.
잘 살아온 삶인가?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용기는 없다. 차라리 팔자려니 그렇게 생각하고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남의 눈치안보고 소신껏 이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위안이 되는면도 있다. 이사회에 적응할만큼 보통시민으로 소박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훗날 이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 부부가 낯선땅에 이민와서 몇십년간 살다 갔다는 흔적을 보여줄수 있을것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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